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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nzan Oct 02. 2018

#1. 프랑스 파리 여행_잔잔부부

상투적이지만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사랑스러운 도시, 파리를 다녀온 뒤 설렘 가득한 마음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몰라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있었다. 어쩌면 정리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였을지도 모른다. 파리에서 맞이하는 낯선 아침의 풍경은 퉁퉁 부은 발과 다리의 아픔을 뒤로 한 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멍하니 바라보게 했고, 하루를 시작하는 힘을 불어다 주었다.


이야기에 앞서 파리 여행을 함께 한 나의 여행 메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겐 시시콜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5년째 대화 중이며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 취미생활은 물론 여행을 함께 한다. 서로에게 나눌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하여 하루를 부지런히 임하며, 낡지 않고 깊어지는 사이가 되길 바라며 -






Shakespeare and Company


헤밍웨이가 그토록 사랑한 이 곳, 통로 벽 위에 쓰인 표어에는 "낯선 이를 홀대하지 마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라고 쓰여있다. '미드나잇 파리' 오프닝을 멍하니 보다 파리에 오게 된 우리로서는 이 서점은 의미있는 곳이었고, 머무르게 되는 곳이었다. 마침 창가에 자리앉아 책을 읽고 있던 그녀와 서점의 풍경은 영화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빛바랜 책에서만 나는 종이냄새와 가죽이 일어나 실과 솜이 뒤죽박죽 나와있는 소파가 주는 편안함이 따뜻했다. 운치있게 비까지 내려 미드나잇 파리에서 비 내리는 파리를 좋아하는 남주 생각에 또 가슴이 두근거렸다.




Jardins, jardin aux Tuileries


튈르리 정원의 로망, 초록 의자

그들의 여유로운 시간이 부러웠다. 내겐 책을 읽는 시간이란 잠자기 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시간이 나서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것인데 그들에겐 너무도 자연스러운 시간이었다. 책을 읽고 있는 그들을 선글라스 너머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Versailles palace Paris


베르사유를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가 갑작스러운 철도 파업으로 갈지도 모를 다음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고, 집시들의 타겟이 되었다. 집시들을 피해 자리를 이동하고 물을 마시며 진정하고 둘러보니 모두 침착했다. 그들에겐 일상처럼 느껴졌다. 다른이의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내 권리 또한 존중 받을 수 있다는 사고, 어쩌면 합리적인 사고라고 느껴졌다.





Escargot


파리의 현지식, 에스까르고는 꼭 먹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터라 그 날은 유독 열정적으로 걸어다녔던 것 같다. 쫄깃한 식감에 안 좋아할 수 없는 음식이겠구나 하며 말 없이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 다 먹고 나오는 길에도 시간이 된다면 가기 전날까지 한 번 더 오자라고 이야기 했지만 못 갔다지. 뿐만 아니라 노트르담 근처에 있던 송아지 스테이크, 베르사유에서 걸어다니느라 진을 다 빼고 시원한 맥주 생각에 들렸던 햄버거 집, 학교 급식소 비주얼 스파게티라며 한 입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던 개선문 근처 맛집까지 입도 행복했던 여행.





Musee d'Orsay


오르세의 시계바늘은 멈춰있는데 우리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아쉬웠던 순간, 여행 내내 종일 걸어 발이 퉁퉁 부어도 좋고, 카페에 가만히 앉아 새로운 풍경을 구경해도 그저 좋았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던 것들이 반가웠고, 건물, 시장, 빵집, 카페.. 그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





Mont saint-Michel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됐다는 바다 위의 수도원, 몽생미셸

옹플뢰르에서 한참을 달려 저 멀리 성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던 풍경에 잠시 조용히, 지긋이 눈에 담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기서 담은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설렘이 뛰어가는 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만조 때면 수도 없이 많은 순례자들이 떠내려가 목숨을 잃었고, 썰물이 될 때만 들어갈 수 있었던 이 수도원을 지금은 길이 생겨 이렇게 드나들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운이라 생각한다.





Effile Tower Paris


우리가 사랑한 파리의 밤,

야경을 보겠노라 20시간 눈 떠 있었던 하루였다. 10시부터 어두워지는 파리는 11시에 잠 드는 내겐 곤욕이었지만 야경을 보겠단 의지 하나로 볼 수 있었다. 에펠탑은 새벽 1시 정각에 화이트 에펠타워로 바뀌더니 이윽고 노란 불빛으로 파리의 밤을 수놓았다. 낭만적이었다.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밤이었다. 손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이루 말 할 수 없이 행복했다고, 파리 여행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편히 쉴 수 있는 집


매운 맛이 생각날쯤에 남자친구가 차려준 것, 아침을 꼭 챙겨먹어야 하루의 효율이 달라지는 내게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중요했고, 예민하다 할지 모르지만 삼시세끼를 기름진 음식으로 못 받아내는 나로써는 비싸고 훌륭한 호텔보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작디 작은 이 공간이 내겐 편안하고 쉴 수 있는 숙소였다. 숙소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부지런한 우리는 매일 저녁 빨래를 했고, 건조대에 빨래를 널며 아침 저녁으로 확인했으며, 클리닝 서비스를 매일 같이 넣어놨지만 습관처럼 쓸고, 닦고, 설거지 후 나가곤 했다. 습관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Merci


각자가 필요한 물건을 서로에게 브리핑하며, 사야하지 않을까 협상을 했다. 이번 여행에선 컵과 그릇을 구매 하지 않겠다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이 컵을 쥐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또한 주위에 감사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메르시 팔찌만 10만원치 사고 문을 나선다. 결론적으로 둘 다 못 말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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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저절로 눈이 떠져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때, 여유롭게 일어나서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에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담겨있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늘 생각하고, 참 좋아하는 말이다. 여행 할 때마다 여유로운 일요일이 없었던 우리에게 이런 아침의 시간이 일요일이고 여유다. 지금도 종종 파리 여행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하는 우리가 너무 좋다. 고맙다. 낭만의 도시, 파리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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