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의미 : 당신은 무슨 재미로 살아가십니까?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일 것이다.
그 돈이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기에,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것을 얻는데 쏟아붓는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돈이 삶의 도구임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채울 수 없었다.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은,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며
그 속에서 내가 '가치 있는 사람' 임을 깨닫던 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타인의 시선’을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선은 단지 나를 '평가' 하는 눈길이 아니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
내가 무언가를 이뤄냈을 때 함께 기뻐해주는 '마음' 이었다.
이루기 힘든 목표를 달성했을 때
부모님과 친구들, 주변 사람들이 건네던 따뜻한 격려.
그 진심 어린 축복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물질만을 맹목적으로 좇는 회사라는 곳은 애초에 나와 맞지 않았던 게 아닐까."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엉뚱한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이러한 생각은 더 선명해졌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에서 생겨난 최악의 변명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게는 더 이상의 버틸 시간도,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삶의 끈을 붙잡아야 했다.
그러나 당장은 구체적 대안이 없었을뿐더러,
설사 생각해 낸다 하더라도 1년 넘게 지속된 패배감은 악몽이 되어, 나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 분명했다.
상황을 반전시킬 전환점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나는 팀을 옮기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모든 상황이 다 내 탓이라 생각했다.
무기력도, 실패도, 관계의 단절도 다 나의 나약함에서 생긴 결과라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나아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내가 속한 팀이라는 '환경' 이었다.
내 사수는 낮은 연차에도 중간관리자 자리에 있을 만큼 업무에 있어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해 주변사람들과 트러블이 잦았다.
감정이 격해지면 마우스를 들었다가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는 습관에, 나는 매번 옆자리에서 눈치를 봤다.
내 업무실수에 사무실이 떠나가라 언성을 높일 때면, 온몸은 굳었고 울음을 애써 참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이러한 상황은 항상 팀원들이 사수를 말리며 끝이 났다.
경색된 팀의 분위기 속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늘 긴장 속에서 홀로 버티고 있었다.
"이러한 기억들이 쌓여 내가 무너진 것은 아닐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체만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정신과를 다닌다는 얘기에 사수는 적잖이 당황해했고, 팀장님과의 면담 끝에 팀이 교체되었다.
....
팀을 옮긴 뒤 새로운 팀장님과의 첫 대면.
그분이 던진 첫마디는 아주 짧았다.
"여기서는 잘할 수 있겠어?"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팀에서의 새로운 시간.
나는 매일매일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회사생활에 임했다.
업무를 빠르게 익히고, 퇴근 후에는 복기하며 실수가 없도록 노력했다.
선배들의 업무도 조금씩 도우며 '문제아' 라는 낙인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
그렇게 6개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
나는 "표정이 밝아졌다" 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검은빛 뿐이었던 세상이 조금씩 환해졌다.
새로운 팀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선배들과 게임도 하고 집들이에도 초대받고, 술도 자주 마셨다.
회사에 가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정신과에도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입사 후 1년 반 만에 느낀 '희망' 이었다.
....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팀장님이 날 불렀다.
그리고는 소주를 따라주시며 조심스레 입을 여셨다.
"A야, 사실 처음에 너가 우리 팀으로 온다고 했을 때.. 내가 엄청 반대했었어.
정말 받기 싫었거든. 결국 억지로 받긴 했지만.."
순간 온몸이 굳었다.
".... 근데 들리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었네. 내가 오해해서 미안하다.
너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거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러니까... 힘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북받쳐 올랐다.
내 힘겨웠던 순간들이, 그저 견디던 지난날들이
눈물과 함께 쏟아졌다.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여겼던 내가,
나 스스로를 비로소 인정할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됐다.. 이제 됐어..."
....
그 후로도 나는 새로운 팀에서 좋은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속 공허함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내가 머물 곳은 여기가 아니구나.."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이제는 이 궤도를 벗어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에게 있어 직업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도구가 아닌 존재의 이유였기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처럼 상처받고 흔들리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드는 "노무사" 가 되기로.
....
퇴사 당일, 팀장님이 아쉬워하며 물었다.
"A야 네가 처음부터 우리 팀에 왔다면 네 선택은 달라졌을까?"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환하게 웃으며 회사를 나섰다.
....
지난날의 아픔이 있었기에,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의 나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달리고 있다.
내가 '스스로' 설정한 궤도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