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와 몇 달 간 같이 살게 되었다. 마냥 신나고 즐겁지만은 않다. 상황도 상황이겠지만,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 너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의 모든 것들이 바뀌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전의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뀌기 전까지는 그 전들이 현재였지만, 바뀐 후부터는 말 그대로 전의 것, 과거로 쓰여진다는 말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마음들은 사실 알고보면, 새로운 과거를 쌓기 싫어하는 마음과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갈 수 없으면 그립기 때문에. 생각해 보니, 새로운 과거라는 말은 정말 슬픈 것 같다. 다시는 닿을 수 없는 것들이 새롭게 생겨난 것이니깐. 그건 가끔씩 뼈에 사무칠 정도로 아리니깐. 나이를 먹을수록 이 세상에 그리워할 것들은 점점 더 많아져만 가는데 왜 그 그리움을 채울 방법은 없는걸까.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이 두렵다.
내 시간과 기억이 머물러있는, 그것들이 공기 어딘가에 남아 떠다닐것만 같은 그 곳을 그땐 그랬었지라며 과거로 넘기기엔 아직 내가 미숙하다. 그리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