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창살도 없는, 검은 거울 속의 독방에.
[종신형을 선고받은 아침]
나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판사의 망치 소리도, 법정의 엄숙한 선고도 없었다. 쇠창살도, 무장한 간수도 보이지 않는 기묘한 감옥. 가로 7센티미터, 세로 15센티미터의 매끄러운 검은 거울 속으로, 내 영혼은 수감번호도 없이 빨려 들어갔다.
오전 9시. 태양이 블라인드 틈으로 가느다란 빛의 손가락을 찔러 넣으며 아침을 알리지만, 나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의식은 깊은 늪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데, 육체는 이미 습관이라는 무서운 족쇄에 묶여 움직이고 있다.
이불 밖으로 나온 내 오른손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따뜻한 가족의 온기도, 시원한 물 한 잔도 아니다. 베개 맡 어딘가에 차갑게 식어 있을 그 '6인치의 독방'이다.
손끝에 닿는 서늘한 유리의 감촉. 그 순간, 내 뇌의 신경 회로에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 이것은 생존 본능이 아니다. 마약에 절어버린 뇌가 투여량을 갈구하는 비참한 조건반사다.
화면이 켜진다. 망막을 찌르는 인공적인 푸른 빛. 그 강렬한 섬광이 뇌수를 관통하며 속삭인다.
'어서 와. 여기서 나갈 생각 하지 마.'
나는 그 빛에 눈이 멀어버린 나방처럼,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망각한 채 액정 속으로 다이빙한다.
이불은 여전히 무겁고,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져 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은 붉고 뜨거운 피가 아니라, 차갑게 식어버린 잿빛 뻘물인 듯하다. 심장은 의무적으로 박동할 뿐, 삶을 향한 어떤 리듬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나는 침대라는 부드러운 관 속에 누워,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로 부유한다.
[사육당하는 가축의 시간]
엄지손가락을 위로 튕긴다.
그 단순하고도 기계적인 행위 하나에 나의 세계는 15초마다 한 번씩 바뀌었다가 사라진다. 누군가가 먹다 남긴 자극적인 음식 찌꺼기 같은 영상들이 쉴 새 없이 내 시신경을 폭격한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선정적인 춤사위, 타인의 화려한 성공담, 그리고 의미 없는 논쟁들.
나는 그것들을 '본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주입당하고' 있는 것이다.
뇌는 끊임없이 "다음, 다음, 더 자극적인 것!"을 외치며 입을 벌리고, 알고리즘이라는 친절하고도 잔혹한 간수는 내 아가리에 다채로운 데이터 쓰레기를 쑤셔 넣는다.
씹을 필요도 없다. 소화할 필요도 없다. 그저 삼키면 그만이다.
시간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다.
분명 아침이었는데, 어느새 창밖은 붉은 노을이 꼬리를 감추고 있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심지어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나는 이 6인치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샤워를 언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낯설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생각은 안개처럼 흩어지고 만다. 책을 읽으려 펼쳐보지만, 활자들은 검은 개미 떼처럼 의미 없이 기어 다니고, 내 눈은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스마트폰을 찾는다.
나는 거대한 소비 기계, 아니 도파민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당하는 가축으로 전락했다. 내 의지, 내 취향, 내 생각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코드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도저히 이렇게 사는 건 아니야."
속으로 수천 번 외쳤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내 비명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다시 스크롤, 다시 재생. 나는 내 영혼을 갉아먹는 이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이 끔찍하게 무력하고, 역겹게 느껴졌다.
[새벽 2시의 거울]
그날도 그랬다.
새벽 2시.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든 시각, 오직 내 방만이 스마트폰의 불빛으로 파르라니 떨고 있었다.
넷플릭스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음 영상이 재생되기 전, 아주 짧은 찰나의 정적. 로딩이 걸린 그 1초의 순간, 화면이 검게 점멸했다.
그리고 그 칠흑 같은 액정(Black Mirror) 위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푸르스름한 빛을 받아 기괴하게 일그러진 얼굴.
초점 잃은 눈동자는 퀭하게 들어가 있고, 입은 멍하니 벌어진 채 침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기름진 머리카락, 생기를 잃은 피부. 그것은 살아있는 인간의 얼굴이라기보다, 영혼이 거세당한 껍데기에 가까웠다.
순간, 뱃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역류했다.
그것은 슬픔도, 후회도 아니었다.
명백한 '혐오'였다.
나는 나를 경멸하고 있었다.
내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주연 배우여야 할 내가 관객석 구석에 처박혀 남들이 연기하는 쇼를 멍하니 구경하고 있다는 자각.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실체도 없는 디지털 데이터 쪼가리에 갉아 먹히고 있다는 섬뜩한 공포.
"썩어가고 있어."
입 밖으로 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썩어가고 있었다. 고인 물처럼, 흐르지 않는 피처럼. 나의 에너지는 방향을 잃고 악취를 풍기며 증발하고 있었다.
이 검은 거울 속에 갇혀, 나는 서서히 질식해 가고 있었다.
[탈옥의 서막]
더 이상의 '다음'은 없다. '내일부터'라는 말은 패배자의 언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딸깍.
화면이 꺼졌다.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인공의 빛이 사라지자,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왔다.
적막.
그토록 두려워했던 고요함이 나를 감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침묵을 피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나는 내 심장 소리를 들었다. 쿵, 쿵, 쿵.
아직 뛰고 있었다. 아주 미약하지만, 아직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바닥을 디뎠다.
6인치의 독방 문을 내 손으로 부수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디지털 디톡스'가 아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자,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전쟁이다.
나는 더 이상 사육당하지 않겠다.
나는 내 뇌의 주권을 되찾을 것이다.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가짜 쾌락 대신, 내가 직접 씹고 뜯고 맛보는 진짜 고통과 진짜 기쁨을 선택할 것이다.
책상 위에 놓인 빈 노트와 펜을 집어 들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첫 문장을 꾹꾹 눌러 썼다.
"나는 오늘, 이 감옥에서 탈출한다."
지금부터 기록될 이 이야기는, 도파민이라는 달콤한 마취제에 저항하며 잃어버린 '나'를 발굴해 내는 한 탈옥수의 처절한 일지다.
녹슬어 멈춰버린 태엽을, 나의 손으로 다시 감기 시작했다.
끼기긱, 소름 돋는 마찰음과 함께 멈췄던 시간이 비로소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