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다른 이름은 불안

뮤지컬 '틱틱붐' 리뷰

by 박도훈


뮤지컬 ‘틱틱붐’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뮤지컬 작곡가인 조나단 라슨이 낮에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밤에는 창작에 몰두했던 자신의 삶을 자전적으로 담은 이야기다. 조나단 라슨의 갑작스러운 요절로 묻혔다가 친구들의 노력으로 2001년 6월, 뉴욕 브로드웨이의 제인 스트리트 극장에서 처음 빛을 보게 되었다.


1990년 뉴욕, 주인공 존 곁엔 잘나가는 친구 마이클과 무용수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친구 수잔이 있다. 서른이 된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지만, 그곳에 닿을 듯 닿지 않는다. 서른이라는 나이, 그럼에도 남들이 가지 않는 불안한 길을 확신 없이 걸어가는 존. 뮤지컬 틱틱붐은 조나단 라슨의 인생을 보여주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방황과 불안 속에서도 꿈을 좇는 그의 모습 속에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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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잔인하게도 잘 때 꾸는 꿈과 동음이의어다. 꿈의 영어 표현인 Dream도 마찬가지다. 서른 살이 되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존의 현실을 보면, 뮤지컬 연출가로 성공하고자 하는 그의 꿈은 아직도 잘 때 꾸는 꿈처럼 희미하기만 하다.


만약 존이 한국인이었다면, 주변의 시선과 비교에 자신의 꿈을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다른 길, 불안정한 길에 대해 보수적이다. 거기에다 그는 서른 살이지 않은가. 취업을 해서 어느 정도의 연차가 쌓여있어야 하고, 통장엔 얼마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파트도 사고 결혼도 해서 행복하게 살 테니 말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사회통념은 1990년의 뉴욕에서도 볼 수 있다. 자신이 죽기 전에 취업하라는 아빠의 독촉 전화, 이제 그만하고 자신의 회사로 들어오라는 친구 마이클, 함께 뉴욕을 떠나자는 수잔까지. 그의 앞엔 수많은 길이 있지만, 모든 길들이 그의 꿈과는 이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마이클처럼 현실을 사는 것이야말로 안정적이고 행복한 길처럼 보인다. 틱…틱…틱…하는 시계 소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자꾸만 상기시키는 듯 그를 괴롭히며, 때론 ‘붐!’하는 울림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힌다. 그 모든 어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존은 자신의 꿈을 쫓아간다.


뮤지컬 ‘틱틱붐’은 결국 존이 성공했는지, 혹은 현실과 타협했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로 막을 내린다. 결국 이 뮤지컬은 ‘열심히 노력하면 꿈은 이뤄질 거야’ 따위의 공허한 메시지 대신, 자신의 꿈을 좇아 삶을 살아가는 자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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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구성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개연성의 부족과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음악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존의 불안과 고민은 극에서 잘 드러났지만 관객들이 이에 잘 공감하려면 꿈을 이루기 위한 그의 노력이 잘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막에 따라 변화하는 존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 음악의 경우, 뮤지컬 제목만 들어도 자연스레 떠오르는 대표 음악이 있기 마련인데 ‘틱틱붐’에서는 그런 곡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으로 부족한 작품이라는 건 결코 아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현장에서 생생하게 연주되는 밴드 음악은 뮤지컬의 ‘듣는 맛’을 끌어올린 요소였다.


놀라웠던 점은 존의 여자친구, 수잔 역을 맡은 방민아 배우의 열연이다. 노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일인 다역을 해야 하는 해당 롤을 정말 뛰어나고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매체 연기와는 또 다른, 연기의 생생함과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예술이 바로 뮤지컬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정도였다.


주인공 존처럼, 자신의 꿈을 좇아 살아가는 삶은 아름답지만 불안하다. 그것이 청춘이 아름다우면서도 아픈 이유일 것이다. 꿈과 현실, 불안과 편안. 그 미묘한 차이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갈등한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꿈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그들은 과정 속에서도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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