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색의 망각

24

by hari

1

눈을 떠 보니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몇 시간 전의 장면이 오버랩 되고 조각조각 잘렸다. 언제나 그랬듯 나는 처음과 끝이 없다.


2

목적을 잃으니 삶이 담담해졌다. 무엇이든 살짝 쥐고 있다가 놓아버리고 있는 것 같다. 목적 없는 삶은 현재를 관조하고 있다.


3

갈증이 나기 때문에 예술을 먹는다고? 나는 갈증을 잊기 위해 예술을 먹는다.


4

웃긴 게 뭔지 아니? 그건 마치

우리의 언어가 단수로 통합되고

여러 사람 우글한 카페 안에서 우리의 상황극이 시작되는 거지

규칙도 없고 우울도 없어

혼돈 속에 실없이 웃기만 하면 돼

우리와 함께 있으면 피곤하겠지

제일 피곤한 현실 속에서 빠져나와서

자욱한 꿈의 연기 속에서 피곤함 느끼며

오래된 살갗 느낄 수 있을거야

부드럽고 차가워

말 없는 매력에

내가 여자인 것도 잊어버릴 수 있어

그럴 때가 가장 수치스러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5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지만 허물은 아름다움

실은 아름다움에 관심을 쏟는 중이다

과격한 것이 좋아 과격한 것에

과격한 아름다움

이름 붙이면 그로테스크한 글씨체가 눈에 거슬린다

속도감 느낄 수 없이 굉장히 빠른 손 모양으로 적어 흘려보냈건만

이젠 눈을 뜨고 있으며

거무튀튀한 모양들이 씰룩 하고 웃고 있다

괜찮아 그것도 망각의 방식이니

하며 즐거움을 쏟아 부으면 비비드 한 컬러의 망각

담백한 걸 좋아해

잿빛으로 다 칠해 버릴거야

그러면 더욱 야만스럽게 웃을 수 있겠지 아름다움은 속에 묻어놓고

낙서된 팔을 직직 그으며

밤에 남몰래 그를 내 품으로 휘갈길까봐 걱정되는 새가 까악까악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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