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하여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감사한 일들이 많다.

by hari

요즘 들어 참 많이 겸허해지는 것 같다.

인간 관계에 대하여도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사실 지금 가진 것들을 바라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하지만, 심적으로 가끔씩 무너 져내릴 것 같이 눈물이 펑펑 날 때도 있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면 언제 백수가 될지 모르는 것이지만 이번 상황은 정말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고, 정말로 일을 잘 하고 싶었는데 상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속상한 게 많나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크나큰 역경으로? 느껴진다기 보다는 어떠한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가 그렇다.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얻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세상이 나의 모든 것들을 빼앗아가더라도 나에게 남겨져있는 것들과 뺏을 수 없는 것들은 당연히 있다. 그것은 정신적인 것이고, 그것마저 빼앗아갈 수는 없다. 절대로 없다.

그리고 오히려 더 좋은 것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옛 허물을 벗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카르마에만 집착하여 내 인생의 운명이 카르마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라면 정말 눈물겨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초월하고 싶다는 생각을 이번 기회에 들어서 하게 되었다.

나는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에 대하여 미련을 잘 못 버리는 경우가 많다. 괜히 나의 탓인 것 같은 자책 또한 꽤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모든 사람과 사이가 다 좋으면 참 좋겠지만, 어쩌면 어리숙하고 여린 인간에게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한 마음가짐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건 사랑하지 않건, 그 사람을 미워할 권리는 나에게 없다는 것이라는 걸 항상 지니면서. 그래서 나는 나를 떠나는 사람에 대한 미련을 한꺼번에 다 던져버리기로 결심한다.

요즘에는 일이 없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일이 완전히 끊겼고, 조금의 외주만 받고 있다. 그래서 줄곧 집에 있거나 약속이 있을 때에나 밖에 가끔씩 나간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를 도와준다.

일을 만들어준다거나, 사업을 새로 시작한 아빠 또한 힘들겠지만 나를 도우려 하고 친오빠도 서슴없이 나를 도와준다.

피렌체에서 알게 된 인연이 되신 분도 나를 도와주시고, 주변의 친구들은 나에게 밥을 사주거나 아니면 친하게 된 카페 사장님은 내가 갈 때마다 커피를 공짜로 주신다.

일하고 있는 센터의 원장님은 어떻게든 일을 나에게 더 주려고 하시고, 지우 어머님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알려주신다. 엄마는 나에게 돈을 주고, 새로 일하게 되어 방문한 곳의 어머님은 나에게 친절하시다. 너무 아픈 날에 아는 오빠 집에 놀러갔는데, 그냥 서로 껴안았을 때 사람의 온기와 스스로가 아기가 된 느낌, 그리고 포근함이 느껴져서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몇 달 전 만나서 내가 너무나 사랑하면서 잘 대해주진 못했던 오빠를 가끔 떠올리곤 하는데, 그 때의 사랑과 그냥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며 아플 때마다 그 사랑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랬다는 것 자체는 대단한 에너지이므로. 그리고 엄청난 축복이므로.

타투를 새로 시작했는데, 사실 새로 시작하자마자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모든 걸 내려놓으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지인들은 나를 응원해주고 주변에 소개도 시켜준다. 성사가 안 되는 것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나 감사하다.

한꺼번에 힘들다가도 이러한 친절과 사랑을 받으면 나는 어쩔 줄 몰라 한다.

길을 걷다가 행복하다고 느꼈다. 나는 그래도 잘 살았구나 혼자 되뇐다.

천송이가 갑자기 추락할 때, (고 삼 때 보았던 별그대라는 드라마에서) 그 때의 정말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추락하고 있을 때의 인간관계를 보았을 때 자신의 진실의 삶이 보이는 것 같다. 나는 한 명 정도? 빼곤 다들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 한명도 그냥 그 사람이 나쁘거나 악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서로의 이해되지 않는 부분 탓에 어느 정도 금을 그어놓은 것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밉진 않다. 하지만 솔직히 가까이 가고 싶진 않다.

아픔과 감사함과 사랑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매일 명상하고 마음을 추스른다. 매일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 또한 든다.

내 관념들을 재 정돈하고 다시 모든 것들을 새로이 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들이 어쩌면 한 순간에 미화가 되어서 그냥 아름다웠다고만 떠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 이 아픔또한 의미가 있는 것 같긴 하다. 굳이 아픈 걸 좋아하진 않지만 깨닫는 게 너무나 많은 요즘이다.

사랑만이 모든 것들을 치유해준다.

사랑만이 진정으로 깨어있을 수 있다. 사랑 없이는 모든 것들이 눈 감고 있는 무지의 상태이다.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 좋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더라도 그저 미워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정도로 내 마음이 좁고 작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없더라도 스스로 창피하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튼튼한 정신이 있음에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얻기만 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실은 정신적인 지지가 더욱 커다란 선물이란 걸 알기에.

매 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이고 의미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일 바로 죽어버릴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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