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by hari

요즘에는 내가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심적으로도 그렇고 그냥 무얼 하든 자연스럽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놓아버리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종종 마음에게 물어보곤 하는데, 그 대답이 올 때도 있고 혹은 정말로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가 제일 두려우면서도 사실 그게 가장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으로 가장 불확실하다고 느꼈던 작년 12월부터 약 5개월 동안은 혼자 낑낑대며 씨름을 하듯 살았던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그림의 열정은 최고조에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렸던 것 같다. 그냥 좋았다. 사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개념은 나에게 필요가 없었다.


내가 가장 맑을 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실은 그렇게 아플 때에 힘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그림을 그릴 때에는 그 어떤 때에도 느끼지 못할 감동이 있다. 왜냐하면 그 때에는 매 순간 억지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완전히 속임없는 진실과 진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때가 되면 알게 되어 있고 때가 되면 지나가게 되어 있다.


외부적인 힘을 행사하려는 욕구는 내면의 불안정함과 연관이 되어있다. 사랑했던 사람을 붙잡으려는 희망이나 그 기억에 대한 고문, 혹은 지금 남겨져 있는 것들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집착, 미래에 투영시키는 지나친 기대나 새로운 삶이 언젠가는 펼쳐지겠지 하는 거대한 행복에 대한 상상,

좋은 미래가 있을 거라는 상상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그 마음 자체가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적인 문제들을 외부적인 것들로 채워 넣으려고 할 때 마음은 아픈 것이다.


모든지 때가 되면 알게 되어 있고, 과할 때에는 어느 미지의 힘이 스스로에게 그만 멈추라고 말을 건네오기도 한다.


그 방식이 스스로에게 상처가 되건, 아니면 당황스러운 방식이든 멈출 수 있을 때에는 멈추어야 하고 비울 수 있을 때에는 비워야 한다. 쓸데 없는 판단을 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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