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들이 정리되고 있다. 사실 모든 게 무너져내리는 순간은 가장 깨끗해지기 직전의 순간임을 언제나 믿어왔고 알아온 것 같다.
최근에 몇 번씩 마음과 몸이 아프면서 가장 생각난 사람은 엄마 아빠였다. 나는 자주 그냥 혼자 서 있고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사람같이 느껴져서 더 강해지려고 했던 것도 있었다. 그냥 부모님께 아예 내색을 하지 않다가 몸이 아팠을 때 나는 엄마아빠에게 안겨 있는 아이와도 같았고 혼자가 아니었다.
아프자마자 엄마는 서울로 달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심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쓰러져도 어딘가 받쳐줄 사람은 항상 있다. 나는 항상 안전했지만 그걸 몰랐던 것이다.
아빠한테 새벽에 전화를 했고 잠결에 통화를 했다. 아빠가 보고싶다고 했고 아빠는 고백 받은 사람마냥 나에게 파김치를 가져다준다고 하셨다. 우리 아빠의 파김치는 진짜 맛있다.
나는 안다. 가장 큰 시련이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걸. 그래서 이젠 무섭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해야지 지금까지 나의 마음을 담백하고 소중하게 전달할까 생각하다가 당장 내가 내일 죽는다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할까 느낀대로 말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마음이 시원하다.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