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서서히

by hari

요즘의 모든 것들은 조금씩 서서히다.

매일매일이 엄청 많이 다르진 않다. 아무래도 여행도 못 가고 웬만하면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인 것 같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내가 요즘엔 사람을 많이 안 만난다. 이러다 성향도 바뀌려나?(그러진 않을 듯)


나는 무엇에 물드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항상 나의 순수성을 많이 지키려고 했었는데 오히려 그냥 순수성에 자유를 주는 것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건강한 회피도 많이 하고 있다. 굳이 더러운 것이나 굳이 건강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집중하지 않는 연습들 말이다.


요즘엔 매일 그림만 그리는 것 같다. 정말 매일 그림만 그린다.


그리고 재미있게 그리기에 다행이다. 내가 이걸 계속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오늘은 길을 걷다가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거의 득도를 한 것 마냥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지금 행복해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외부의 것들이 나에게 가하는 아픔이나 상처에 대해서 왜 반응하는거지? 무엇이 두려운 것이지? 라고 물었을 때 내가 아니라 자꾸만 감정이 이야기하는 것 같이 들렸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기들끼리 두려움에 휩싸여서 노는 것 같았다. 사실 그것들을 떨쳐보내면 두려울 건 하나도 없었다. 두려움은 두려움이라는 그 감정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두려워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놓아버리기로 했다. 그냥 모르겠는 모든 것들을 다, 한번에.


그랬더니 문제는 사실 없었다.


아 그건 정말이었다 사실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한 구절을 발견했다.


“날씨가 어떻든 네가 할 일을 하렴.”


요즘 나는 많이 주춤한다. 넘어지진 않지만 주춤 주춤, 확신이 안 들때마다 주춤, 두려울 때마다 주춤.


하지만 그냥 어떻게 되든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너무 진지한 걸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너무 심각한 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길을 걷다가 또 생각을 했다.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 왜 그렇게 행복했을까? 하며 생각했다.


그 때에는 나의 죽음에 대해서 많이 받아들였다. 나는 언젠간 죽고 모두들 언젠간 죽는다. 사실 그런 확률은 정말 적겠지만 어찌되었건 내일 나는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 하며 살았다. 그냥 즐겁고 재미있게 살고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달까.


아무튼, 진짜 모르겠고 나는 그냥 다시 살아간다.


별 다른 생각 없이 제일 나다운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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