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 BLEUE, 푸른 바다.
파리에서 한국으로 떠나기 전, 2019, 12월(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니.).
프랑스에서 만나고 있었던 오빠에게 저 뜻에 대하여 문법적으로 어설프진 않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전시를 했다.
긴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나는 항상 그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렸다. 작은 종이 하나 챙겨서 길거리에서, 혹은 호수에서, 혹은 강에서, 에펠탑 근처에서, 집에서 그렸던 그림, 혹은 공원에서 바라본 나무를 종이에 옮기는 작업.
오페라 근처에 한 화방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 나에게 가치있는 삶이란 이런 것 뿐이었다. 사실 내가 항상 하고 있었던 것들이지만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것들. 그것들은 나에게 경이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떠나기 직전에 나는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다. 완벽한 타이밍에.
전시 준비를 하려고 이것저것 물품을 챙겨 가져오고 있다 ㅋㅋㅋ뭔가 저리 가져오는 게 이상하게 웃긴다.
전시장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하고 포근한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
전시실에서 했던 드로잉
사실 나는 디피하는 데 그리 큰 고민도 하지 않고 그리 큰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모든 걸 그 순간의 즉흥성에 맡겨버린다. 나는 사실 계획적이거나 구체적인 사람은 못 되지만, 한 순간순간 계획을 하다보면 잘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마 전시 디피하는 데 초고속으로 이틀이었나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나를 잘 모르는 전시 관계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항상 완벽한 시간 내에 전시 디피를 하곤 했다. (사실 제일 먼저 끝나서 간 적이 많았음)
도와준다는 걸 굳이 혼자 하겠다고 고집부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디피를 했다. 사실 전시 디피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 내가 그렸던 것들을 다시 되새김질 하며 디피한다는 느낌이랄까? 이것도 하나의 예술 행위 중 일부라고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는 것 같다.
벽에 그림도 그렸다. 영국 작가 중에 francelise 맞나? 여하튼 이 사람도 벽에다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작업과 조화를 이루게 만들었는데, 그 작가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그렸다.
프랑스 뷔트 쇼몽 파크에서 보았던 나무들. 파리의 나무들은 굉장히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고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결코 편안한 느낌의 자연은 아니지만 그만큼 흥미롭고 여러 에너지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형태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공원에 가곤 했다. 하도 거기에서 날뛰는 해파리같이 웃으면서 다녔더니 그곳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인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좋았는데
아마 전시 마지막 날이었던 것 같다.
이 때 얼굴 좋아보인다는 말 많이 들었었다.
이 때에는 마스크도 안 끼고 다녀서 참 좋았는데.
봄의 목소리
사람들에게 인기가 제일 많았다.
사실 내가 스스로의 사랑을 다시 깨우치고 싶어서 그렸던 그림이고 이 그림을 그리고 난 뒤 엄청난 치유 에너지를 받았었다. <존재의 작업 - 사랑에 대하여>
전시실은 사진보다 훨씬 좋고 넓은데 사진은 이렇게밖에 담기지 않아서 항상 아쉽다.
드로잉들은 대부분 여행하면서 그렸다. 혹은 카페에서.
그저 스스로 좋아서 아무런 이익이나 이득을 취하지 않고 그렸던 것들.
그래서 더 많은 순수성이 있기에 더 많이 눈이 가는 것 같다.
그냥 이 전시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했다.
무용수와 함께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우언니가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언니는 춤을 추고.
사진도 찍었다.
포스터는 파리 이케아에서 보았던 꽃의 형태를 본따 만들었다.
비지 오빠를 통해 알게 된 가녕이. 중국인인데 진짜 한국인 처럼 한국어를 잘 한다. 그냥 언어 배우는 데에 소질이 엄청난 아이. 그리고 엄청 착함.. 요즘에 코로나때문에 못 만난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지금은 상하이에서 패션 관련 된 일을 하는 중이다.
내가 사랑하는 시아
요즘에는 화가가 되고 싶다면서 나에게 그림을 보내온다.
너무 예쁘다. 나는 시아의 꿈이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나와 안 만난 지 꽤 되었는데 그 사이에 그림 실력이 많이 늘어서 뿌듯했다. 이제 여덟살이 되었다. 헉.. 나와 만났을 때에는 여섯살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다...
그리고 전시 중간에 갑자기
"나 제주도 가고 싶다."
라고 말했는데 다음 날 제주에 갈 일이 생겨버렸다.
참 사람이 가볍게 생각하면 다 이루어진다.
나는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실현이 되었다고 할까.
벽화를 그리러 갔다. 숙소도 이인실이었는데 혼자 썼다. 너무 좋았다.
원래 나 없으면 더 재미있게 놀면서(??) 작업하신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나와는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어서 살짝의 다소곳함을 지니고 있었던 그들(??) 엄청 좋으신 분들 같았다 요즘에는 잘 지내시려나?
저기 있는 풀들을 내가 그렸다.. 하핫... 왜냐하면 나는 동양화 이기 때문에 난을 많이 쳤다..
슉슉 그리는 게 전부였지만 하루만에 꽤 괜찮은 보수도 얻고 제주도 여행도 하고 옴..
운 좋은 하리.
전시 포스팅 하다보니 다시 전시하고 싶다.
물론 이전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는 건 조금 힘들겠지만
언젠간 다시 하고 싶다.
그게 내 삶의 활력을 가져온달까.
이 전시 때에는 오프닝에 퍼포먼스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와야 더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사람이 적게 오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셨고,
시간이 지났을 때에 40평이 넘는 이 공간에 사람이 꽉 찰 정도로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정말로 인복이 타고났다.
많은 선물과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약 한달이 안 되는 전시 기간 동안에 매일 한 명 이상의 손님이 방문해 주셨다.
너무너무 좋았던 전시.
특히나 외국에 머물 때 그렸던 그림들로 했기 때문에 더 충만하고 행복했던 전시.
재미있게 그림 그리자 하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