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굉장히 후회했겠지?
대략 4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돈을 많이 모으고 안정적인 생활이 된 후에 여행이든 다른 것들이건 누리고자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명한 미술작가가 되어야 했는데, 그 때 당시의 일기를 보면
"사람도 만나지 말고 그림만 그리자.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구절이 있기도 했다.
참 신기하게도 사람은 한 순간에 변화한다. 나는 변화하는 내가 싫었고 그대로 잡아두고 싶었는데, 사람은 계속해서 변화해 갔다.
나는 삶의 본질을 알고 싶었고 진리를 알고 싶었다. 그저 많은 것들을 다 알고 그 확실성에서부터의 안정감을 얻고 싶었다. 단지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에서부터 오는 자존심을 놓아버릴 수가 없어서 가장 차가운 척 하며 가면을 쓰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그 모든 것들이 와장창 무너져버렸고, 내가 당장 죽어버린다면, 내가 당장 사라져버린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단 한 순간이었다.
가지고 있던 것들도, 지키고 있던 것들도 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꼈다.
그 이후로 나는 자유라는 것을 처음 맛보았다.
자유란 원래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가 자신만의 새장 속으로 들어간다.
사실 새장이란 없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생각 덩어리에 불과하다.
나는 내가 꽁꽁 싸메고 있었던 세계를 산산조각내 버렸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내가 지닌 세계를 다 부수어 버렸다.
아무말 없이 여행을 떠나곤 했다.
난 내가 멋있어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나 스스로 존재하고 싶었다.
매일같이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정말 많이, 여행을 떠나라는 목소리나 느낌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정도 고민을 했다.
어떻게 보면 이상할 정도로 몇 년에 몇 번씩 여행을 다니곤 했고, 그것이 정말로 맞는 행태인가 생각해 보았을 때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는 행실같이 느껴져 고민을 하긴 했지만
여하튼 나는 나의 죽음을 항상 인지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지금 죽게 되면 후회하지 않을 일들을 했다.
아이러니하고 신기하게도 내가 어떠한 것들을 하고자 마음먹으면 세상은 나를 도왔다.
발뻗고 도왔다. 나를 감싸주었고 사랑해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내 첫번째 선택에 달려있었다.
아무 것도 정해진 건 없었다. 내가 안정적인 직업이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돈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불확실했기 때문에 거의 무언가에 이끌리듯, 무엇가에 떠밀리듯 했었던 선택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고 오히려 더 가면 더 갔을걸, 이라는 생각도 한다.
앞으로 몇 년 간 여행을 다니지 못할까?
내가 그 때 여행을 다니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나의 가장 젊은 나날에 가장 겁이 없었지만 동시에 가장 겁쟁이었을 때의 그 용기들,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지극한 헌신들
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다.
아무것도 부끄럽지 않다.
나는 거창한 무엇이 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또 다시 그 때들을 되짚으며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것들을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