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민감성이 좋다.
위험을 다스리고 안 좋은 일이 오거나 혹은 불쾌한 사건이 오기 한 시간 전에 그걸 눈치 채고 그 자리를 피하거나 혹은 미리 몸이 아프다.
특히 그건 사람에게 많이 느낀다.
나쁜 사람 좋은 사람 따로 없지만, 불안이 많고, 걱정이 많고 화가 많고 슬픔이 많은 사람은 있다. 그 사람이 티를 내지 않아도 그 사람이 뿜어내는 오라(aura) 덕분에 나는 쉽게 눈치를 챈다.
가끔씩 지인들이 나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정말 단단히 각오를 하고 듣는다. 왜냐하면 엄청 민감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나도 고스란히 느낀다. 평온한 마음에 갑자기 전쟁이 오는 것 마냥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저 듣고만 있고 이전에 내가 겪었던 아픔과 동일하여 그걸 공감하고 사랑으로 감싸주고 용기를 주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에게 오히려 고마워한다는 걸 느낀다.
그 사람이라는 대상을 통하여 나 스스로를 비우고 깨끗이 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힘들더라도 가끔씩은 나를 떠올려주고 연락 주어서 고맙기도 하다.
오늘도 사실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간혹 많이 느낀다. 어떤 사람은 엄청 쿨한 느낌과 웃긴 느낌이 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내가 힘들 때 옆에 있는 것 마저도 천국에 온 것 마냥 기분이 엄청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무기력해하는 사람 옆에 있었다. 그 사람이 티는 안 냈지만 무의식적인 행동과 언어 습관, 그리고 그 사람이 지닌 오라 때문에 눈치를 챘다. 밝게 웃고는 있지만 힘들어 보였고, 사실 최근에 나는 정말 행복하고 일이 재미있고 사는 게 즐거웠는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 옆에 있으면 축축 쳐지는 기분이 든다.
그 사람에게 있는 게 내 과거 속에서도 있고 미래속에도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을 탓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점검할 시간을 가지는 게 현명할 것 같아서 곧 명상을 할 것이다.
내가 미워했던 사람이 있다. 나는 항상 기분이 좋은데 그 사람 옆에만 가면 축 쳐지고 기분이 안 좋아지고 겉으로는 착한 척 하면서 속으로 욕하는(ㅋㅋㅋㅋ) 느낌의 사람이었는데, 미워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다름아닌 나 자신 아니었을까?
그냥 무시하고 살아왔는데 사랑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 마음으로 그냥 놓아버리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제일 힘들어 하는 사람이 불안해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용기가 없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용기도 없고 ‘난 못해.’ 라는 좁은 마음을 지니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나는 다름아닌 그런 경향성을 과거의 나를 투영해서 그 사람을 보았나보다. 놓아버리고 용서하고 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그렇게 놓아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