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의 줏대

by hari

나는 회화와 영상 작업을 하는 미술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감사했던 건, 모든 선택의 주도권을 나 스스로에게 부여했기 때문에 사소한 일이든 모든 걸 다 내 마음대로 선택하고 행동했다. 성인이 되어서 한 번 방황하긴 했어도 그래도 나는 주체적인 삶을 살곤 했던 것 같다. 이러한 내적 자질이 성인이 되어 작업자로 살아감에 있어서 정말 큰 장점이 된다. 왜냐하면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우유부단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의 고집과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중심이 바로 잡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상업 예술과는 다르게 순수 예술의 목적성 자체는 소비자가 아니라 ‘자아’ 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상업 예술 또한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순수 예술의 특징과는 다를 뿐.).


저번에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아는 오빠와 함께 공연을 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공연이었기에 나에게도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서 참여했지만, 그 오빠가 나에게 대하는 태도 자체가 화가 나는 게 많아서 오빠에게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함께 하는 것이니까 오빠의 요구사항을 웬만하면 다 들어 주었지만, 영상 작품을 다 완성하고 나니 “내 작품”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를 위한 작업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 뒤로 한 번도 보지 않았다(보고 싶지도 않았고).


그 뒤로 그래도 오빠를 많이 용서하려고 했다.

나에게 있어서 꽤 많은 범위의 감정 소모를 하게 했으므로 다음에도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저 거리를 두는 사이로 남기려고 했는데, 그래도 오빠가 미안해 하는 게 보여서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적당한 거리의 사이로 남고자 했고 그러고 있다.


그리고 오늘 또한 이런 일이 있었다. 사실 별 것 아닌 대수로운 일이었지만, 공연을 하게 된 공간의 대표님이 나에게 몇 가지 요구사항을 하셨는데, 그걸 듣자마자 나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작업은 작업인 것이다. 나는 사실 누군가가 내 작업을 좋아해주는 것 보다 나 스스로가 만족하고 진심이 담기고 날것 그대로의 있는 그대로의 작업을 더욱 좋아하고 그것이 진정 나 같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것 아니면 작업을 하는 이유 자체도 없다.


그래서 화가 났다기 보다는 정말로 나의 것, 나의 존재를 망치는 선택? 을 하지 않고 내 줏대을 내세우면서(하지만 굳이 다툼을 할 필요는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내 입장을 단호히) 작업에 임해야 겠다는 결심이 더욱 곧아졌다. 내 안에 있었던 쓰레기 감정이 스몰스몰 올라와서 디톡스를 할 수 있는 사소한 사건임에 고맙기도 하고, 여하튼 내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해서, 뭔가 신기하기도 하다.


중심과 균형을 잡자 !


나 답게 존재하자 !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나에게 필요한 좋은 조언은 받아들이되,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남의 말에 무심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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