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하는 사랑

by hari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나는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좋아한다. 사물이나 사람이나 본질은 클래식한 기본 속에서 품위있게 빛난다고 엄청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각해왔어서 항상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을 좋아해왔다.


최근에는 작업 때문에 기계나 여러가지 사물들을 많이 바꾼다. 정말 빠르게 값비싸고 새로운 것들을 사들였고, 사실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나는 과거가 담긴 것들이 소중했으며, 물욕도 많이 없어서 나에게 지금 당장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굳이 새롭게 사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한 가지 사소한 걸 사더라도 항상 기쁜 마음이었다. 건강한 소비란 소중하고 감사하고 필요함을 충족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최근에 소비를 많이 해서 많이 낯설은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가 많이 변화했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물론 클래식함을 잃진 않는다. 작업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주변인물들, 사물들, 모든 것들이 많이 변했고, 성격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살면서 느꼈던 최초의 감정을 느낀다.


예민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감정을 잘 느끼곤 했는데, 요즘엔 이상할 정도로 감정기복이 없이 잔잔하다. 많은 기복을 느끼고 싶어도 그냥 잔잔할 뿐이다.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그냥 엄청 울거나 엄청 웃어버려서 다시 예전의 나같이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스스로를 억압하는 편은 아닌데 그저 스스로가 낯설어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징징거리지도 않는 편이고

동시에 누군가가 징징거리는 걸 잘 받아주지 못하는 감정공감이 잘 안 되는 인간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걸 억압하거나 스스로 차단해버리는 사람 조차 아니지만


뭐랄까 그냥 내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어서

그냥 실수도 많이 하는 멍청이에 공부도 못 하고 잘 난 것 하나 없이 똑똑하지도 않고 바보같은 사람에다가 멋지지도 않고 정말 평범한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랑받는다는 걸 허용하면 그 기분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요즘엔 욕심이 많고 잘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계속 하고 더 똑똑해지려고 하고 내가 받는 것보다 내가 더 능동적으로 하려고 하고 무언가를 나서려고 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서 한편으로 스스로가 안쓰러우면서도 다른 사람이건 누군가에게 솔직히 말해서 사랑을 주고만 싶지 받는다는 걸 스스로 허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난 사랑 받을 자격이 있어, 가 어느 순간부터 조건이 붙었던 것 같다. 사실 조건있는 사랑은 진짜 사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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