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정말 행복해

by hari

어제는 이화여대 양자 연구원에 가서 인터뷰도 하고 상도 받고 연구실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거즘 등산하듯 가서 비몽사몽이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연구실이 더 멋있었고,


시상식 때 이대 총장님이랑 하인리히 단장님도 계셨어서 너무나 영광스러웠다. 다들 팀으로 지원했는데 개인으로 지원하신 분이 많이 없어서 나는 혼자서 쪼그려서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사람들한테 말걸면서 나대면서 다녔다.


연구원과 시상식을 하면서 많이 느낀 점이, 아무 생각 없이 커다란 세상 속에서 내가 하고싶은 공부 하면서 살면 되겠다, 이거였다. 사실 나는 정말 예전부터 현실 생각을 하지 않고 무언가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삶에 있어서 제일 큰 행복감을 느꼈고 그 상태에서는 현실 회피라기 보다 진정으로 나 자신의 현실을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트랜디하고 현실에 밝은 듯한 느낌을 그리 추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내 현실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제 딱 그 느낌을 받았고 정말 행복했다. 연구실이나 작업실에서 내 공부와 내 작업을 하면서 그것이 전부인데도 행복해하는 어린시절의 내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냥 요즘엔 정말 행복하고 자유롭다.


집착하는 사람이나 사물이나 대상같은 것들을 머릿속에서 싹 지워버리니까 남겨진 건 자유밖에 없었다. 모든 건 실제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실재하는 건 없는 것 같다. 그게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위로인 것 같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자체가.


나는 너무 행복하다. 내가 살고싶은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었다. 엄마가 날더러 너는 이미 완벽한 것 같은데 뭘 자꾸 하느냐고 저번에 그러셨다. 사실 우리엄마는 나에게 공부하라고 말한 적이 여지껏 단 한 번도 없다. 정말 단 한 번도 없고 좋은 학교 가서 좋은 직장 다니라는 말 자체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그냥 내가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시는 것 같은데,

나는 이상한 딸인지 자꾸 뭔가 크고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디론가 계속해서 떠나고 탐구하고 도전하고 다 버리기도 하면서 나 자신을 확장하고 지금의 나나 앞으로 있을 나보다 더 위대해진? 내면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둘 다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


우혁이에게도 말했듯이 그냥저냥 내가 안전하게 살고 작은 꿈을 꾸면 스스로가 의기소침해지고, 내가 이루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도 그것을 목표로 정해버리면 마음이 편하다고.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추구하고 도전하게끔 태어났나보다. 그런데 우혁이도 본인이 그렇다고 해서 같은 동지를 만나서 너무 기뻤다.


(우혁이는 내가 남자를 만날 때에도 도전정신이 너무 강해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남자를 좋아하는 거라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요즘 창조적인 생활에 너무너무 행복해!


나는 내가 그림만 그리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공부하는 것도 엄청 좋아하고, 아이들 미래 같이 설계하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 미술을 지도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냥 모든 영역의 창의적인 활동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런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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