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에게 가장 하고 싶고 그냥 평생 그것 하나만 하라고 하면 주저않고 그냥 그림만 그리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평생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안정적인 정신과 외부적인 환경이 더불어 있는 그냥 하루종일 감금당해서 그림만 그리는 것이니까
그래서 커다란 스튜디오(약 100평 쯤)에서 가정용품이랄 것도 없는 그런 넓은 공간에서 작업실로 쓰면서 하루종일 회화하는 게 내 꿈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대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그 꿈을 위해서 수년 전 부터 이것저것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이것저것이 너무 많은 이것저것이 되어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아진 것 같다. 팔방미인은 다 못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도 중간 이상은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내 나이 또래의 한 친구가 어느 갤러리 소속이 되어서 큰 스튜디오에서(외국인가?) 작업만 하게 된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그걸 듣고 그냥 나 자신이랑 비교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친구는 앞서서 나의 꿈을 이룬 것이고, 나는 그러지 못한 거니까, 비교는 좋지 않은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던 것 같다.
하지만 가지지 못했다는 건 어쩌면 정말로 축복인지, 나는 정말 다분하고 다분한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아까 집 가는 길에 혼자서 웃었던 것 같다.
저번에 다현이랑 통화하다가, 내가 파리에 있었을 때 남들은 나의 자유로운 인생을 부러워했지만, 정작 그 때가 내가 제일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떠돌이 유랑자같은 삶을 살았을 때, 가장 자유로웠을 때, 나는 그 자유가 미친듯이 좋았지만 동시에 안정성을 갖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펐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느때와 같이 오페라 쪽을 걷다가, 문득 해가 지고 어두운 날에 황금빛 조명 속에서 축축한 길을 바라보면서 지금 이 순간이 평생 잊지 못할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란 걸 직감했다. 그리고 그건 여전히 평생 못 잊을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걸 안다.
사실 완성되지 않아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하여 나는 끊임없이 실행해 나갔는데, 실은 다행인 건 그 과정과 순간에 온전히 머물면서 그 감각들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슬프고 화가나거나 혹은 기쁘고 행복하거나, 삶의 축복을 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마저 온전히 나 자신의 것이었으며, 그것을 스쳐지나가면서 나의 온 몸에 근육이 되듯 스며들며 살아왔기에 그것들이 항상 내가 나아갈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감사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 곳에 도달하면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하여 하루를 열심히 살고(여하튼 그 순간들도 온전히 즐기지만) 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는 그 말도 안 되고 바보같은 순간들이 온전히 나의 것들이고 온전히 존재하기에 감사할 수 있으리라는 걸 안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은 지금 이 순간 나의 것으로 끌려왔고, 내가 이젠에 꿈이었던 것들이 분명 내 앞에 있는데 그 또한 신기하고 감사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진짜 많은 것들을 현실화 시키려고 많이 상상했다. 가끔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떨리는 순간들도 있다. 이미 이루어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그것이 나의 것이라는 것 또한 안다. 세계적인 좋은 작가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