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효용성에 대하여

by hari

화가인 이모 영향으로 나는 3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뭣도 모르고 태어나자마자 그림을 그린 셈이다.

그래서 그게 좋은지도 모르고 무작정 그리기 시작한 게, 좋다는 말로 표현 안 될 정도로 좋다.


많은 사람들은 효율성과 효용성을 따진다. 물론 나의 경우는 효율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냉철한 사고와 냉혈인일 정도로 가끔은 사람보다 일을 중시하는 면을 보이기도 하는데, 내가 하는 예술적인 행위는 내가 아무리 변화하고 변질되는 아무개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그것에 열려있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별 것 아닌, 감정보다 우위에 있는 어떤 감흥들이 나를 끌어내고,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내가 어떠한 것들을 이루어내고자 하고, 어떤거를 모토로 삼는 것 조차도 사실 이것들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일 뿐인데, 그 본질이 바뀌려고 할 때에는 세상이 나를 똑바로 바로잡고 내 현실을 직시하도록 보여준다. 언젠가는 그냥 어느 곳에 감금당해서 작업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모든 다양한 모습 중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의 작업물들을 쭉 봤는데,

컨텐츠 제작의 개념이 아니라 순수하게 좋아서 좇았던 그 행위에서부터 이상한 몽글몽글한 감정이 올라와서 나 이랬구나, 하는 한편, 변화한 나도 좋고 그 때의 나도 좋고, 변치 않는 나도 좋다.


처음 무언가를 창조해낼 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감흥은 사실 무얼 먹거나 자거나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존재하고 그리고 창조해내는 것 자체가 제일 중요해서 하루종일 작업만 했던 적도 있는데,

불안정한 동시에 그 나날들이 내 뼛속 깊이 박혀 있을 만큼 경이롭게 행복했다.


내가 세상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라는 한낱 작은 존재가 무언갈 할 수 있다면 그냥 나답게 사는 것밖에 없다. 그건 그냥 그림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행위 뿐인데 옆에서 그런 나를 보며 좋아하고 영감받는 사람들이 생길 때마다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예술의 효용은 무엇일까? 전문적인 무언가의 답변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다. 이런 말이다.

사실 정말 원초적이고 아무것도 아닌 그 말에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고,

박학다식하고 설득력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멍청해 보일 정돌로 아무것도 아닌 그 단어 한 마디가 난 더 좋다.


사람을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

있을 수가 있지만 실은 나는 없다.


예술도 그렇다. 예술이라는 이름표라는 것을 개념적으로 붙이고자 하는 것이고 그걸로 허영을 부리려는 마음가짐도 다 버렸을 때 예술은 존재한다.


그것이 우리의 아무것도 아닌, 가장 쓸데없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의 어린 시절의 그 순수한 마음들을 깨어내는 열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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