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잉 하다가 정말 많이 나오는 단어인데 recevoir의 과거분사이다. 받은, 이라는 뜻 정도로 되겠다.
요즘엔 정말 많은 걸 받는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데, 쓸 때마다 하루도 누군가에게 뭘 안 받은 적이 없다.
주로 먹을 걸 제일 많이 받는데, 요즘에는 식단을 하지 않고 있어서 주는 대로 다 잘 받아먹고 있다.
어제는 엄마와 엄마의 친구를 만났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어릴 때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았다. 내 관점에서는 미안하다는 말도 잘 해야 교육이 잘 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엄마가 나를 키울 때의 가치관이랄까? 나중에 엄마에게 들어보니 그냥 나를 강하게 키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언제나 친구같이 편안한 엄마였지만, 엄마같은 엄마는 아니었다. 내가 어느 곳에서 기대고 싶어서 나의 슬픔을 말하면 혼났기 때문에 엄마 앞에서는 기색하지 않고 의지도 못 하고 모든 걸 혼자 처리하면서 살아갔더니 정말 강해지다가 어느 순간엔 내가 너무 강해서 부러져버렸다.
그래서 강하면서 유연하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요즘이다.
이상하게 최근 들어서 엄마는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기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엄마가 나지막하게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탈이 많았던 몇 년 간 사실 나는 힘들만도 한데 이곳저곳 치이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엄마가 나지막히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가 정말 많이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나는 괜찮다.
어제도 엄마를 만나서 이것저것 많이 받고, 사랑도 많이 받고 새로운 만남도 많이 했다.
어제는 시우언니랑 다현이랑 혜경님이랑 만나서 공연 연습도 했는데,
최근까지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던 생각들이 끊기고 그 순간을 즐기는 느낌이라서 행복했다. 나는 움직임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움직임에 대한 갈망은 많고 그것을 보고 느끼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시우언니의 하이텐션을 보면서 방방 뛰지 말라고 내가 통제(?) 해 주다가 언니가 오랜만에 춤을 추는 걸 보면서 너무 많이 기쁘고 행복하고 위로가 되는 느낌이라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 언니는 춤을 추고 싶어서 죽을 뻔 하기 직전의 감흥으로 춘 느낌이었다.
아. 뭘 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끝도 없다. 그러다가 무언갈 진심으로 갈망하면 어쩔 수 없이 잘할 수밖에 없게 되리라는 걸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작업에 대하여 끝도 없이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것저것 다른 생각들이 침범할 때가 제일 우울한데,
그 상태에서 모든 것들을 깔끔히 비우고 작업에 대하여 생각하고 느끼고 말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나는 그냥 미쳐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하고싶은 것이 너무 명확하고 그것이 직선적이어서 다른 걸 생각하지도 못하는 멍청이처럼 미친듯이 무언가에 열중해서 집중하는 천재처럼 말이다. 그게 내가 원하는 가장 큰 이상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생활에는 정말 소소하게 좋은 것들도 많다. 요즘엔 무언갈 정말 많이 받는다. 사실 내 삶 속에서 진흙탕에서 첨벙거리면서 가장 밑바닥일 때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받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가면서 살아온 것 같다.
이상한 홍염살 때문에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서 내 삶이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을 때 조차도 그들은 나에게 헌신적으로 대해가면서 잘 해주었는 사람도 수도 없이 많았고,
그런 분들 뿐 아니라 여자이든 남자이든 누구이든 항상 나에게 무언갈 주었다. 가끔씩 삶에 대하여 허탈하고 지쳐있을 때에는 그것들을 당연시 하는 때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마음써주는 행위는 당연시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일 터이다.
나는 항상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많이 사업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뇌가 많이 크기도 했는데, 다시 되돌이켜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을 조금만 걷어내면 나는 본질적으로 여전히 어리숙하고 여리고 별 것도 아닌 인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어리숙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누군가를 즐겁게 해 주거나 아이같이 천진하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게 아직 남겨져 있다는 뜻인데,
실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헛소리나 해 가면서 웃고 있는 게 제일 행복하다. 사실 그냥 새벽에 노래들으면서 작품들 바라보고 있을 때가 제일 좋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그 사람의 가장 어린 모습을 보고 있을 때 같다. 예상치도 못한 아이다운 모습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이 가장 사랑스럽다고 느껴지곤 하는데, 순수에 대한 동경인지 혹은 사랑인지 모르게 나는 순수한 것이 여전히 정말 좋다.
오늘은 기이한 날이었다. 오늘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는 날이기도 하는데, 아침에 무력하게 있다가 작업 열심히 하고, 점심때부터 활동적으로 일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딜 가든 난 무언갈 받아오곤 했다. 마치 고양이가 집집마다 들르면서 생선 하나씩 물고 오는 모양새마냥 그랬다.
아주 소소한 것들이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마음써준다는 게 여전히 고마워서 지하철로 걸어가는데 괜히 혼자 울컥했던 것 같다.
무언갈 잡지 못해서 마음아파 하고 있던 찰나에,
그래도 나 사랑받을 자격 충분한 인간이다 하며 떠오른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보고싶은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런데 연락을 못 하겠는 사람도 있고, 바쁜 것도 있어서 여전히 혼자서 씩씩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지만,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나에게 정말 수없이 많은 인연이 오간다는 것 자체는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를 그냥 축복하기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