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부터 공부하는 걸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스스로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냥 좋아한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엄청 재밌다. 세상에 모든 것들을 배울 순 없지만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다는 게 즐겁고, 그 정보는 그냥 허영된 암기의 수단이 아니라 내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정의내리는 것 같아서 좋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표가 되기도 하고 시가 되기도 한다. 그 희열때문에 무언갈 읽는 걸 엄청 좋아한다.
오늘 오랜만에 학생 때 썼던 논술을 봤는데, 나 진짜 하고싶은 말 많았구나 싶었다. 그래서 프랑스 교수님은 내 열정(?) 적인 논술 시험 답안지를 보시고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시기도 했다 ㅋㅋㅋ 사실 내 생각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걸 좋아해서(말싸움도 잘함) 항상 논술시험을 엄청 좋아해서 교수님들이랑 맨날 토론했던 것 같다. 그건 진짜 재밌다.
그러다가 내가 너무 현학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서 그 변질 자체가 너무 버겁고 그 이후로 그림을 못 그릴
것만 같아서 나는 나의 지식을 다 버렸다.
일부러 정보를 탐닉하지 않았고 단순한 것들을 하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정보를 허세로 전락시키고 싶지 않았고, 문자만 추구하고 현학적인 자세로 허세부리고 싶지도 않았고, 무언갈 ‘안다’ 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는 정보의 세계로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며, 마치 아르브뤼의 방식마냥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삶의 가치를 탐구했다. 그건 정말 단순한 것이었고 내가 이렇게 명확한 것들을 왜 보고 살지 않았나 부끄럽고 한심했다.
그렇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정보를 본다. 그런데 많이 바뀐 건, 그냥 있는 그대로의 그 세계의 정보가 좋다. 여전히 무언기를 익히고 공부한다는 게 그냥 허세가 아니라 나의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고 내 작업 계의 근육을 더 튼튼하게 해주고 더 풍부한 작업이 가능하리라는 걸 주체적으로 찾고 있어서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여러가지를 습득하고 다시 내 생각을 정리하고를 반복하는데, 사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기획서를 작성하는 게 너무 많아서 힘들면서도 솔직히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말도 너무 많고 어차피 난 해낼 것이기 때문에 그냥 그 언어들이 너무 재밌고 좋다.
그냥 담백하게 나라는 사람을 정의내리고 싶지 않고 가짜처럼 행동하고 싶지도 않은데 난 무언가에 몰두하는 내가 제일 좋다. 그래서 솔직히 평생 결혼 안 하고 고자해도 난 진짜 행복하게 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