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전히 허접이다.

by hari

요즘엔 원래 알고지낸 인연들만 만난다.


나는 어릴 적의 나의 자아와 성격을 제일 싫어하곤 했다. 워낙 많은 관심을 어렸을 때 받았는데,

그런 관심이 좋았지만 항상 그걸 숨겼다. 스스로 내향적이라고 단정짓고 그렇게 숨기며 살았다.


그 이후로 어느 순간 나에게 한번에 자유가 찾아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마음껏 나대기 시작했는데, 그게 정말 자유로웠다. 누군가가 나를 욕해도 상관 없었다. 어차피 내 인생인 것이다.


이번년도는 과거를 청산하는 한 해였다. 나의 가장 역겹고 슬펐던 시기들을 한꺼번에 만났다. 기억들 말이다, 그건 언제 만나도 아프지만 결정적으로 조우해야 하는 시기는 언제나 온다. 그리고 회피하면 계속 온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마주했는데, 내 심장을 도려내는 것 처럼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나는 회피하지 않았다.


뚫어져라 상처난 곳을 바라보니 정말로 그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많은 것들이, 엄청 큰 쇠 덩어리처럼 한 뭉텅이로 쏟아져 나왔다. 그 사이에 내 가슴에는 엄청 큰 구멍이 후련하게 남아버렸다. 이제 그 속은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나는 무엇이든 하고싶다. 무엇을 하고싶을까? 생각했을 때 잔잔하게 나의 것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창작이었다. 내가 다음날 죽는다 해도 하고싶은 건 그냥 그림그리는 게 전부인 정말 단순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생활을 단순히 하니 요즘에는 알고 지내는 사람들만 만난다. 하루에도 하고싶은 게 너무 많은데 거기에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내 시간이 많이 없어진다. 하지만 이 도화살 나는(?) 여전히 사람이 정말 많이 꼬인다. 사실 그래서 좋다.


요즘에는 누군가를 만나면 내적으로 충돌을 많이하는데, 예전같았으면 많이 흔들렸겠지만 이젠 안다. 그냥 혼자서 작업 많이 하고 싶구나. 나의 영혼은 아직도 여전히 그렇게 나에게 속삭이고 있다.


많이 점잖해지려고 노력하는 나는 여전히 허접이며,


무언갈 잘 하거나 인정받으려는 애처로운 노력보다는 그냥 허접인 나로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법을 다시금 배우고 싶다.


그 속에서 나의 감각을 느끼고 싶다.


잘 하는 것 보다는 감각적으로 하고 싶고 감각적으로 살고 싶다.


인정은 스스로 해 줄때가 제일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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