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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Mar 29. 2024

때론 가지지 못한 것들이 가장 큰 행운이다.

나는 그래도 이번생에 내가 가진 카르마들을 많이 제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다음 생에는 안 태어났으면 좋겠기도 하다.


최근에 아빠를 만나서 예전 이야기를 했다.

심장이 콩알만했는데, 그래도 장점은 순두부같이

정말 순수하고 거짓없이 말랑거린 시절이 있었다.


그 때에는 약 2년정도 동안 해외를 싸돌아다니다가,

이젠 해외에서 정착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어떤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졌다. 바로 직후였다.


나는 하루만에 준 백수가 되었다. 그 때 당시에 사회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모아둔 돈은 있었지만 불확실한 코로나라는 처음 겪어보는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정말 불안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연락을 해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대차게 거절당했다. 그 때 밖도 못 나가고 작은 나의 자취방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면서 그래도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오빠한테 갑자기 연락을 했는데 돈을 빌려준다는 연락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돈으로 생활을 했는데, 다시 일이 점차적으로 생기고 나서 갚은 수 있게 되자 오빠에게 다시 돈을 갚으려 했는데, 됐다고 너 가지라고 친오빠가 그랬다. 그래서 나는 그 일화를 친구들이건 누구이건 너무 고마워서 많이 말하고 다녔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아빠는 그 때 당시에 사업을 다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소송도 있었고 우리 집안에 큰 일이 많았어서 걱정할 일도 많고 거의 죽고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무책임하게 우리에게 종종 하던 말이, 본인은 죽고싶지만 너네들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살아있다 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거리의 말과 다르게(엄마는 주로 회피형이고 본인이 자신이 없으면 남탓을 한다.) 아빠는 그 때 정말 죽고싶었고, 말은 안 했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을 육년 간 입밖에 내지 않으셨던 거였다.

그리고 오빠가 뒤에서 준 그 돈은 사실 반은 아빠가 주신 돈이었다. 내가 아빠에게 돈을 요청했을 때, 바로 주었다면 나는 의존적인 인간으로 남았을 것이고 힘들 때마다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연명하는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하는데,

아빠는 오빠와 내가 사이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빠에게 뒤에서 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일 이후로 부모님께 돈달라는 소리나 혹은 도와달라는 소리를 못 했다. 어차피 나 힘들어도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깊게 잡혀서 정말 힘들 때에도 스스로 다 책임을 졌다. 그것이 가끔은 정말 불행하기도 하고, 너무 서럽기도 하고, 온실 속 화초같은 아이들이

너무나 부럽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내가 다 해냈다. 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여기까지 왔고 이제 정말로 시작이다. 난 할 수 있다.


라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성공할거다. 사회적인 기준의 성공이 뭔진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야하는 운명이 타고났다.

아마도 사회에 많이 선한 영향력으로 기여할 것 같은데, 그것이 나 착하다 혹은 그래야한다 하는 착한척 콤플렉스가 아니라, 벼랑 끝에서 정말 죽고싶을 만큼 아파본 기억 때문에 누군가를 돕고싶단 생각은 언제나 자연스레 떠오를 것 같긴 하다.

성공을 하지 않아도 작업은 꾸준히 할 수 있지만

그냥 서서히 무언가를 꾸려나간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나의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것에서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게 좋고, 바보같은 행동들이 위대한 생각으로 나타나는 것이 행복하다.

나는 정말 물욕이 없다. 다만 나의 시간이나 나의 행동 범위를 방해받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 것들을 스스로 해방시키고 지켜나가는 것이 진짜 성공이고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쩌면 성공이라는 수단이 필요한데 진짜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이름표에 얽매이지도 않고, 본인이 누릴 수 있는 만큼 큰 돈이 있어도 가끔은 소소한 것들에서부터 엄청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또한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이 진짜 성공이다. 사치에 매달리지

않으면서 사치하고 소소한 것에 매달리지 않으면서 소소한 것. 할 수도 있고 안 할수도 있는 자유가 본인에게 있는 것.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상태.


나는 그런 상태로 차분히 전진중이고 여전히 배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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