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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Mar 30. 2024

결국엔 균형

나는 균형잡는 운동을 진짜 좋아한다. 운동할 때 내 몸 자체를 스스로 컨트롤 한다는 느낌이 좋고, 코어를 잡아가며 점차적으로 나아지는 그 느낌이 좋다.


모든 건 상대적인 것 같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가 투명한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기에 나는 언제나 균형을 잡는다. 오늘 피티를 받다가 원레그

데드리프트를 잘한다는 소리만큼 뿌듯한 게 없었던 것 같다.


스무살 때 너무나 어리고 근육이 없는 마음 상태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고 어떤 상황에 대하여 절망해 했던 것 같다. 그럴 때 문근오빠랑 친해지게 되어서 참 복도 많게도 많은 것들이 추락하다고 치유가 되었는데 오늘 문득 오빠가 생각이 나서 고마웠다. 난 정말 소중한 사람을 곁에 두고 있었다.


나는 투명하다 굳이 두려울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다. 그랬을 때 내가 지금 뭘 하면 좋을까? 느낄 때 그냥 현존하는 게 최고다 싶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많이 쉬었고 운동도 많이 하고 좋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했을 때 없다. 하지만 즐길 순 있다.


직업이 여러개이면 그 직업에 따라 나의 포지션은 항상 변하고,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귀천에 따라서 내 평가 또한 바뀐다. 나는 그것에 익숙하다.

예전에 가끔 내 꿈을 위해 하는 알바에서도 사람들은 나를 그냥 알바생으로 안다.

모델일을 하면 사람들은 날 모델로 알고

작가생활을 하면 두 가지로 나뉜다.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하거나 생활에 대해서 ‘화가는 가난하다.’ 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외주를 받는 대표님들과 미팅을 할 때면 나는 대표님이 되어 있고

레슨을 하면 선생님이 된다.

공연을 하는 곳에서는 기획자가 되고,

전시 기획을 할 때는 큐레이터나 도슨트가 된다.

타투를 할 때에는 타투이스트가 된다.

칼럼을 기고할 때에는 칼럼니스트가 되고

지원사업 협업을 할 때에는 기획자가 된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미술 작가이다. 그리고 그걸 위해 모든 직업을 갖는다.

나는 멋진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안타까운 사람이 되기도 하고, 항상 평가는 바뀐다. 그 사회적 높낮이나 혹은 평가가 너무 싫어서 온전히 나를 감추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나는 다시 투명해진다.

내 가치는 스스로가 정한다. 나는 합당한 대우를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고 굳이 억지로 노동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가치있는 사람이다. 그걸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데, 스스로의 경험을 인정하고 자신에 대하여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남들 또한 나를 인정해준다. 사실 근데 그냥 그 작업들과 과정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누군가의 인정을 억지로 바라지도 않는다. 나의 것들을 남들에게 설득시키거나 진실을 밝히거나 진실을 찾거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진실은 저명해서 언젠간 드러나기에 모든 사건이 나에게 왔다는 건 합당한 이유가 있고 좋든 나쁘든 다는 그걸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먹는다. 그걸로 충분하기도 하고, 모든 것들이 괜찮다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난 또다시 투명해지길 바란다. 내가 박하리이건 똥이건 상관 없이 여하튼 난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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