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하는 것,
나는 말끔하고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에너지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흘려보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특히 그림을 그릴 때에는 내 에너지가 잘 퍼질 걸 아니까 주의를 많이 기울이는 편이라 내가 제일 맑고 행복할 때 집중해서 그리는데,
어느 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생겼다. 어떻게 대하든 다 마음에 안 들어하길래 놔두고 싶지만 그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다가 그 부정적인 기운과 감정들에게 항복하고, 그냥 내 곁에 있어도 된다고 허용했다.
그냥 머물다가 가, 내가 좋다면(부정적인 감정까지 날 좋아하다니! 난 진짜 인기있다)ㅋ
농담이고, 그냥 받아들이기 힘들고 빨리 흘려보내고 싶은 것들을 수용했다. 그냥 내 곁에 있어도 돼, 내 소중한 시간을 부정적인 너희들에게 내어줄게, 많이 갉아먹다가 가, 괜찮으니까 그냥 나와 함께 걷자.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니 그 감정은 내 곁에 몇 초 머물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묘하게 사랑의 마음과 연민의 마음과 이해의 마음과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이 내 안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나는 그냥 이 상태로 온전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 스스로를 위해서 그러는 인간, 그런 인간 속에는 부정성도 있고 긍정성도 있다. 그 둘다 있어야지 그 두가지를 뛰어넘는, 더 커다란 세계를 내 마음 안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갈망도 소유도 인정도 불안도 불행도 그냥 내 곁에 친구처럼 있다. 그냥 그렇게 있어도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삶은 입체적이게 되고, 내가 그것들을 다 겪어낼 수 있다는 힘도 생긴다. 그걸 겪어내는 과정 속에서 진짜 삶을 발견한다. 일부러 힘든 걸 겪으라는
건 아니고, 삶은 그저 그렇게 생긴 것 뿐이다. 삶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그 두 가지 속성에 대해서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그냥 진실로 그렇게 객관적으로 생겨먹은 게 삶이다. 인간만이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주관을 가지고 의미부여하는 것 뿐 , 실은 그 이상의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