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천천히 하겠다고 마음 먹고선, 미래를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천천히 진행하다가,
이전에 빠르게 무얼 많이 했을 때 보다 차분해지고 정돈되었지만 그 또한 어느 정도 빠르게 하기도 하고 또 차분하게 하기도 해야하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그리고 내가 확실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안 될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축복이고 내 삶을 다시 되돌아보고 정돈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정말 나에게 중요하고 진심인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두려움이나 부정적이라고 치부되는 것들을 많이 제거해서 나 자신을 깔끔하고 선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그 반대되는 특질과도 비슷하게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이었다.
어느정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부정성이든 긍정성이든 둘 다가 공존하는 것이 최선의 선이다.
부정성을 허용해야 한다. 그냥 나와 함께 같이 가고, 나와 함께 가는 것을 허용해야지만
그것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치유되고 정돈이 된다.
내 시간을 갉아먹는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허용해야 한다. 그것들이 나의 발판이 된다. 그것이 회피가 아니라 직시하고 관조하는 것이다.
기본을 탄탄하게 하고, 작업의 밀도감을 많이 쌓으려고 하는 중인데, 나도 모르게 게을러지거나 혹은 무기력해지는 것들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귀찮을 때 조금 더 활동적으로 밖에 나가고,
쉬는 것도 너무 고립되어서 쉬는 것이 아니라 활동적으로 에너지있게 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너무 은둔형 생활만 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고 친구도 많이 만나고 있고
그와 동시에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작업에만 집착하지 않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미래 생각만 하지 않고 결과를 내려놓은 채 현실과 현재에 충실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지? 고민했을 때 우선 작업을 많이 하고 싶고 밀도감을 많이 쌓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걸맞는 걸 애쓰지 않고 전시든 공연이든 정말 기쁘고 재미있는 마음으로 하고싶고
해외에서 하고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려면 또 엄청난 큰 변화와, 그에 맞는 나의 마음도 넓어져야 할 것이고 많은 것들이 소멸될 것이고 아플 수도 있다.
감내해 내야 할 것 같은데, 정체기에는 변화의 물결이 오기 직전에
나의 힘을 더 많이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일단 남의 시선으로 살지 말고 나의 시선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물음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꾸준히, 부지런하게,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마치 운동처럼. 점진적으로 꾸준히.
아니면 틀이 아예 없는 걸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도 되고 하면 안 되고라는 방식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전통에서부터 배우는 것들도 정말 많다. 그러한 본질적인 것도 엄청 좋아하고 기본적인 것들도 매우 흥미로워 하는데, 한국화가 제일 좋은 것 중에 하나는, 기본을 정말 중시한다. 처음에 밑 작업도 서양화에 비해서 엄청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고 정말 정성을 많이 쏟아 부어야 한다. 그리고 채색하는 방식 자체도 하나하나 연하게 올리고 그 섬세함으로 밀도감으로 쌓아 올리기 때문에 그 깊이감을 서양화가 따라잡기 힘들다.
그게 한국화가 가진 제일 커다란 매력이기에, 내가 이것을 변형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 자체는 항상 가지고 가는 것 같다.
부정성을 허용하는 게 매번 힘들었는데, 왜냐하면 몸과 마음이 항상 뚫려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런 에너지들이 항상 너무 잘 느껴진다. 그러면 내가 무언가를 할 때 방해받는다는 느낌이 너무 싫었고 남들에 의해서 피해를 입는다는 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관점을 옮겨서 내가 그것에 집중을 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 근육을 더 키워서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게 무심한 상태로 들어가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아픔이나 고난 등을 이해하려면 나 또한 아픈 과정을 겪지만,
그것을 감내하고 받아들이고 허용하게 되면 어느 순간 정말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난다.
그리고 진짜로 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허용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그로 인해서 내가 품을 수 있는 마음이 한 줌 더 늘어나고,
세상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과정 중심으로 밀도감 있게, 게으르지 않고 꾸준히, 나의 것들과 방향성들을 언제나 느껴가며,
내 발자국에 몸을 맡겨서 조급함 없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이 쉬지도 않고 방향 감각을 잘 느끼면서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