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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May 26. 2024

자신의 소명을 약속하는 길

영화 <셰이프 오브 뮤직 -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작곡가로 성공하긴 정말 쉽지 않아요. 영화 음악 작곡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 지금 이 순간 제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했어요. 할리우드 작곡가가 됐으니까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자신의 소명을 약속하는 길>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가지 불확실성을 마주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이라는 삶의 특징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추구하고, 그것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 한편, 억지로 본인을 끼워넣듯 사회가 우리에게 원하는 자동적인 무의식대로 주입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의 개성이라는 것은 억지로 독립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노력해서 스스로 독단적으로 존재하려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어떠한 형태의 마음이든 자신의 것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그에 따른 삶의 결대로 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개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소위 말하는 ‘직업’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데, 특히나 예체능 분야를 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그 길의 불확실성에 대하여 두려워하고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예술이라는 것을 선택하여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능력을 동시에 수반하는데, 예를 들어 불확정적인 상황에 대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밀도감을 연구해야 하며,

   삶과 작품에 대한 상호 작용과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작업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또한 이러한 작업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능력, 열정에 대한 끝없는 몰입감을 되찾는 연습,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힘을 빼는 동시에, 단호하거나 혹은 힘을 주어야 할 때에는 정확하게 해야하는 명확성,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누군가의 편견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  삶의 상황 앞에서 쉽게 겁먹지 않고 그것에 대한 부정성을 수용하고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 성공하든 실패하든 언제나 꾸준히 정진하며 그것에 대하여 휘둘리지 않는 능력, 동일한 태도, 일정한 생활양식, 즐길 수 있는 마음과 동시에 완벽한 결과물, 과정을 음미할 수 있는 감각,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자신의 진실성을 작품에 드러내는 능력, 다른 작업물 혹은 다른 장르와의 협업 능력, 그 작업자와의 소통 능력, 작업을 사랑하는 마음. 


   사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예술을 지속하는 이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이지만 사실 사회적인 무의식, 즉 에고를 뛰어넘으면 언제나 가능한 일이다. ‘언젠간 미래에 성공하겠지.’라는 미래적인 구원의 마음을 지니는 게 아니라,

   현재 상황의 이중성, 즉 불안정성과 안정성이 공존하는 그 지점이 사실 완벽한 지점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악과 선을 넘고, 옳고 그름을 넘고, 좋고 나쁨을 넘고, 그 둘 중에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그 둘다 가지는 것이 균형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가 어떠한 작업이든 목표이든 그것을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수직적으로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우리의 발걸음이자 매 순간 결핍과 충족감에서부터 둘 다 배움의 과정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배움이 있을 때에도 한 번에 완벽하게 배우려고 하기 보다는, 그 배움속에서 ‘모름’이 있기에 어느 지점 완벽하게 ‘앎’을 깨닫게 되고, 그 앎이라는 결과 또한 어느 순간 바람처럼 흩뿌려질 수도 있으리라는 가능성 자체가 삶이라는 과정과 가능성을 체험하는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우리는 작업을 통하여 나타낸다. 


   오르막을 오를 때에는 온전히 오르막을 올라야 하고, 내리막을 올라야 할 때에는 온전히 내리막을 내려가야 한다. 오르막을 오를 때 내리막에 대하여 고민해서는 안 되고, 내리막을 내려갈 때 또한 그러하다. 

   그러면 흐름이 열린다. 모든 것들을 수용한다는 의미는 삶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스스로 어느 지점으로 걸을지에 대하여 완벽히 인지하고 

   아무런 고민 없이 배고프면 먹고 그림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음악하고 싶으면 음악 하고 씻고싶으면 씻고 운동하고 싶으면 운동하는 것, 그 이외에 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것, 이렇게 단순한 생활을 말한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본인의 소명에 대하여 완전히 수용하고 자신의 길을 초연하게 걷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그의 사상이나 작업 방식 등이 나오는데, 특히 그의 오래된 절친의 말을 인용하면,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사나 싶을 정도로 알렉상드르는 항상 일만 열심히 해요. 알렉상드르는 성공한 후에도 변한 게 없어요. 항상 영화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는 일에만 몰두하거든요. 그게 전부죠.”


   많은 예술가들은 젊었을 때 빠른 명예와 돈 등을 추구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예술의 길은 마라톤과도 같아서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라 꾸준히 정진하다보면 어느새 성공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천천히 자신의 것을 꾸준히 지속시키면서 일정하고도 초연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데, 사실 사람이란 그런 마음가짐이 쉽지 않는 것은 작업 이외에 자신의 것 이상의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것에 대하여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로지 ‘작업’이라는 그 본질 자체에 집중하게 되면 사람은 단순하게 되고 생활 자체도 그러하다. 무언가를 원한다는 갈망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고 이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Being, having’의 상태에 존재하게 된다. 그 존재 상태에서는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의 부정성까지 수용한다. 

   데스플라는 그 삶의 상황에 대하여 영화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작곡가로 성공하긴 정말 쉽지 않아요. 영화 음악 작곡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본인들 나름대로 익숙한 작곡가가 있으니까요. ~중압감이 엄청나게 크거든요.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티려면 정신력도 강해야 하죠. 
몇 달 심지어 몇 년동안 가족을 못 본 적도 있어요. 
~지금 이 순간 제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했어요. 할리우드 작곡가가 됐으니까요. 미국 어떤 제작자들은 2003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제 첫 작품인 줄 아는데 그 영화의 음악을 녹음할 때
50번째 작품인 걸 기념해서 샴페인도 마셨어요. “

   이렇듯 그는 삶의 많은 고난을 감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졌고, 또한 성공하든 실패하든 초연한 태도를 가진 채 본인의 작업을 한다는 걸 영화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그는 그저 작곡가가 아닌,  영화 음악 작곡가이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의견에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협력적인 방식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다음의 구문에서 바라볼 수 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작업이잖아요. 감독에게 다른 견해가 있다면 거기에 맞춰야 하죠. 그게 싫으면 일반적인 음악을 작곡하면 돼요. 온전한 제 작품이라 아무도 간섭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전 영화음악 작곡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협력하는 게 좋아요.”

   개인 스스로의 작업만 한다면 본인 자체에만 중점에 두고 자신의 세상을 표현하면 되지만, 협업이라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므로 결국 어느 때에는 자신의 뚜렷한 에고를 내려놓고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하고,

어느 때에는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피력할 수도 있어야 한다. 

   어느 상황이든 적응하고 어느 작업이든 적응해서 그에 알맞게 작업을 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개인 스스로의 작업만 하다보면 본인의 온전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같은 방식을 반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타인과 작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세상을 뛰어 넘어서 다른 이의 세상까지 체험하게 되니, 자신의 온전한 작업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넓어진 본인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즉 타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본인의 작업이라는 집에 돌아왔을 때 오히려 넓어진 본인만의 개성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스스로 반복적으로 해 오는 익숙한 방식을 뛰어넘어서, 타인의 세상이라는 낯선 방식에도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적응능력 자체가 자신의 작업 세계관을 넓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이 꼭 미리 정해지는 건 아니에요.”


   즉, 완벽하게 계획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고 타인과 협업을 하면서 의견을 차근차근 수렴해 나가는 방식 자체가 계획이자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방식이다. 

   그것은 그 당시 불완전해 보일지라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어느 순간에 명확한 타이밍을 가지고,

정체가 오래 되어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도약 자체는 정말 찰나의 순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품의 완성이다.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는 정체기와 부정성, 인내하는 능력, 의견을 수렴해 나가야 하는 능력이 요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한 대 어우러지고,

   어느 정도 뜸이 들여지고 우리가 그 계획 자체를 다 잊고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한 순간 도약하여 결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결과 자체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완성이자 결과이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느낌을 주고 이야기에 담긴 세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에 통일성을 부여하거나 영화의 색채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분위기도요. 
음악의 역할이 그렇게 구체적인 건 아니에요. 영화와 음악이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직감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영화와 음악 뿐만 아니라 그 밖의 소리와 결합했을 때 의외의 효과가 나타나서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죠. 이 모든 게 어우러진 환상적인 결과물이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안겨줄지 기대하게 되는 거예요.”

   즉 데스플라는 자신의 영화 음악을 스스로 독단적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미장셴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어느 부분에서는 본인의 모습을 감출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어느 때에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뛰어넘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며, 이러한 강약의 조절을 통하여 음악 그 자체가 독단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영화의 모든 감각적 요소와 공존하며 시퀀스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즉 개인이 혼자서 독립적으로 개성있게 존재지만 동시에 타인과 상화작용을 할 수 있고,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경쟁하지 않고도 스스로 홀로 빛나면서 동시에 타인과 함께 있을 때에도 다같이 빛날 수 있는 작업 방식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하여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동시에 영화 음악 작곡가로써 가져얗 나느 소양, 나아가 예술가로써의 소명,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삶 그 자체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직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이에 대하여 예술을 하는 이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능력 그리고 동시에 안정적으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열정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영감을 얻어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언제나 한결같이 초연한 마음으로 안정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이고 꾸준히, 명확하면서도 유연하게, 동시에 자신의 소명을 순응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살면서, 그 이상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그릇을 알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과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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