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 rohmer - Le rayon vert.
오! 시간이 되니 심장이 뛰는구나 - 랭보
Ah! Que le temps vienne
Où les coeurs s'éprennent!
“내 삶에 뭔가가 짠 나타날 거야. 사랑도 저절로 막 나타나겠지.” - 델핀
레너드 제이콥슨의 책 <현존 명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순간순간 관련됨은 지금 이 순간 일어난다.
현존할 때는 순간순간 관련됨만을 경험할 수 있다.
서로 진정으로 현존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혼자임의 괴로움을 피하려고 서로 이용할 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괴로움을 느낀다.
현존하는 법을 배워라.
지금 이 순간의 관련됨이 함께하는 삶의 기반이 되게 하라.
서로를 당연히 여기지 말라.
미래가 무엇을 가져올지는 알 필요가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당신에게 주는 모든 것을 즐겨라.
영화의 전반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녹색광선의 주인공인 델핀은, 친구 까롤린이랑 바캉스를 가기로 했으나, 까롤린이 바캉스 2주 전에 취소해 버리게 되어서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던 바캉스 계획을 망치게 된다.
그리하여 델핀은 이곳저곳 친구를 만나러 다니며 자신의 바캉스 계획과 삶의 이것저것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울해 한다.
그녀는 은근하게 자신의 삶에 진실된 남자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으며, 삶의 어떠한 연결고리에 대하여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즉, 최근에 녹색의 것들이 자신의 앞에 많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는데,
가령 자신이 길에서 주운 카드가 녹색이었고,
심령술사인 친구가 올해 자신의 컬러가 녹색이라면서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델핀의 친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희망의 색이잖아. 올해 운이 좋겠네.”
마치 델핀이 자신의 왕자님을 기다리는 것에 대한 희망의 미래를 암시하는 구절이다.
바캉스 계획이 어긋나자 슬퍼하는 델핀을 보며, 자신과 함께 세르부르로 가자고 하는 친구의 말을 따라서 델핀은 새로운 바캉스 장소에 떠난다.
거기에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델핀의 말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에 델핀은 동물의 이유로 인해서 고기를 먹지 않고 자신은 자연과 같이 식물 등의 채소류만 주로 먹는다고 이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모든지 다 ‘싫다’고 하는 델핀에게 까다롭다고 느끼는 사람들.
사람들은 델핀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델핀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과 공허함을 느끼고, 일찍 바캉스를 마치고 집으로 떠난다.
그러다가 쟝 피에르가 있는 산에 간 델핀은, 피에르 숙소에도 머물지 않고 산에서 내려와 급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바캉스에 대한 공허함과 슬픔을 이야기 하자 친구는 비아리츠에 있는 시동생 집을 빌려주어서 그 곳에 있는 그랑드 해변에 가게 된다.
그 장소에서 델핀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연세가 지극한 분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그것은 쥘 베른의 <녹색광선>이라는 소설이다.
“녹색광선을 볼 때, 자기 자신과 타인의 진심을 알 수 있대요.”
녹색광선은 해가 지기 직전에 보이는 녹색의 광선과도 같은 빛 비춤으로, 그들은 이에 대한 소설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즉 맑은 날에 녹색광선을 보게 되는 날이면,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 속에 있는 진심을 알아볼 수 있다는 소설의 내용이었다.
이 내용을 엿듣는 델핀, 델핀이 지속적으로 남자에게서 기대하고 남자를 찾았던 이유는 자신과 타인의 진심을 찾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델핀은 그랑드 해변에서 혼자서 수영을 하면서 은은하게 또 남자를 찾고 있다가,
그 해변에 혼자 놀러온 스웨덴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그 둘은 어떤 낯선 두 남자들과 합석을 하게 되는데,
스웨덴 친구는 다른 남자와 시시콜콜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잘 놀지만,
델핀은 혼자 소외된 느낌을 받으면서 그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결국 이 바캉스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하고, 파리에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앉아있다가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찾고 있던 남자가 이 사람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남자에게 결코 말을 걸어 본 적이 없는 델핀은 먼저 이야기를 붙이게 되고, 생장 드 뤼에 간다는 남자를 따라서 그곳에 가게 된다.
델핀은 남자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남자를 믿지 못하겠고,
가벼운 남자들만 꼬인다는 이야기.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사랑은 진정한 사랑임을 넌지시 이야기 한다.
그리고 남자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녹색광선>이라는 상점의 지표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동시성에 신기함을 느끼는 델핀은 자신의 마음과 남자의 마음의 진심을 찾기 위해서,
해가 지는 장면을 남자와 함께 바라보고, 결국 녹색 광선을 보면서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진심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진심이란 타인에게서 발견되고, 타인을 통해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사랑을 하고, 사랑을 찾아다닐까?
자신의 운명이란 존재하는 것이며, 운명의 짝은 언제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묘한 해답들을 순간순간 내 놓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이란 끊임없이 변하며,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것과 같은 착각 속에서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성 안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정말로 시간이란 존재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정확하게 계획을 하며, 정확히 자신의 짝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그 상대와 영원히 행복하게 결혼해서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살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러한 완벽한 만남을 원하며,
마치 백마탄 왕자님처럼 자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이상형을 갈구하며 누군가와 하는 연애를 원한다.
델핀은 지속적으로 남자를 바라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은은하게 남자를 바라며, 어떠한 행복한 삶의 상황, 즉 완벽하게 행복한 바캉스를 원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본인의 삶에 남자와 바캉스 장소의 기회가 오지만, 그 가벼움과 덧없음에 계속 공허함을 느끼며 그 곳에 진짜로 뿌리내려 ‘존재’하지 않는다. 델핀은 가벼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 녹색광선의 제목과도 같이, 변치 않으며 결코 가볍지도 않은, 운명같은 사랑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운명적인 완벽한 짝은 과연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할 수 있다.
델핀은 결국 자신의 짝을 찾았다는 암시로 영화가 끝이 나지만, 그 이후의 내용은 열린 결말이기에 델핀의 행동과 삶의 상황에 달려있다.
삶에는 여러 가지 진리 혹은 진심 혹은 진실이 있고,
그 중 일부의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맞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온 사람이나 상황 등이 자신에게 불편하지 않고 꼭 맞는 편안한 것들, 그리고 애를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들, 그런 것들이 바로 본인에게 잘 맞는 것들이고, 그것이 바로 진실과 진심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도 실은 덧없이 변화한다.
그 순간에는 진실일 수도 있지만, 다음 순간에는 거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신의 장난인 것 마냥 지속적으로 변화하지만,
그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면,
실은 찾기도 전에 그저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
어떠한 시선도 아니고, 어떠한 방해 요소도 아니고, 외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아니고, 가벼운 판단과 칭찬과 비난도 아닌 것.
그것은 바로 지고한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며, 머릿속이 떠들어 대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요하게 바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그 순간,
타인을 통하여 그것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는 있으나,
어떠한 타인이 존재하고 다가오기 이전에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여 깨닫고,
어떠한 사람이 당신에게 다가오든, 혹은 어떠한 상황이 당신에게 다가오든
그 모든 삶의 상황과 드라마에 항복하고 수용하는 것, 그것은 나약하게 그 상황에 대하여 방어하고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좋든 나쁘든 그 상황 자체를 발견하고,
자신의 영감대로 행동하는 것, 즉 남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진심대로, 자신이 가야할 것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 그것이 바로 현재의 힘이다.
그러므로 델핀이 추구하고 바라는 것은 비단 단순히 ‘남자’라는 존재가치가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공허함도 아닌
밀도감 있는 자신의 진정한 진심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야 타인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입맛대로 상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의 부정성과 긍정성의 양면성을 동시에 인정하고 그것을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것.
모든 것의 진실은 순간마다 변화하며, 우리는 그 변화에 멀미를 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 안에 있는 녹색광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너드 제이콥슨의 책 <현존 명상>은 ‘순간순간 관련됨’이라는 관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단 깨어나면, 당신처럼 현존하는 다른 존재와 지금 이 순간을 나누는 것 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이런 종류의 관계는 지금 이 순간 관련됨에 바탕을 두며,
다른 사람을 통해 충족되지 못한 과거의 결핍들을 채우거나
미래의 안전을 보장받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관계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거든 무척 감사히 여겨라.
어떠한 장소이든, 어떠한 사람이든, 어떠한 상황이든
자신이 깨어있고 본인이 사랑하면 된다.
사랑은 받는 것에서부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타인에게 진심으로 주는 것에서부터 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