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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Jun 11. 2024

박하리

예전부터 나는 무언가의 움직임을 보는 게 그리도 좋았다. 스스로 움직이고 싶은 욕구인건지 아니면 그것을 보며 해소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별안간 행복했다. 도파민과는 별개로 내 존재가 위로받고 살아있고 지지받는 느낌이었다.


   요즘엔 별안간 아이러니하다. 다시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지금껏 쉼없이 달려왔으니 약간 쉬는 기간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밀도감있게 살아야지 생각하는 순간 안 좋은 일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요즘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게임하는 것 같이 그것들 사이로 나는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다.


   어쩌면 나는 지금 언제나 그랬든 혼자라는 사실이 편하기도 하면서 실은 언제든 어디에든 의지할 가족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슬프다. 낳아주신 부모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 의지하지 못 하게 구조적으로 되어있어서 사실 그냥 고아나 다름없다.


   어제는 생각을 전환할 수도 없어서 그냥 잠자코 받아들이고 있는데 꿈을 꾸었다. 이전부터 내가 좋아했던 무용하는 친구가 나왔는데 그 친구의 존재자체가 그냥 위로였던 것 같다. 우리 각자는 그냥 멋진데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사회 속에서 비교를 당하면 그게 사람을 참 지치게 하는데, 이전에는 몰랐지만 요즘에 느끼는 건 무용하는 친구들이 그 수 없는 비교와 불평등함 속에서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고생했겠구나 싶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의 고결함은 언제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하물며 남이 보는 내가 쓰레기 통에 있는 음식물 찌꺼기같이 보일지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어느 곳에든 아름다운 보석같이 남고싶어서 나의 것들을 그상태로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누군가가 느꼈을 때 고난없이 살았을 것 같은 나의 삶이 사실 태어나자마자 별 이상한 일을 다 겪으면서 수치스럽고 고통스럽고 죽고싶었던 나날들이 참 많았지만 그 사이에서 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고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데 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아무렇지 않게 남 이야기 하듯 농담하듯 웃으면서 말하곤 하는데, 그 깊이를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받아들여야지 하면서 그냥 작업한다.

꿈이라는 피상적인 가치 말고 정말 나의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을 어떻데 내보이고 싶은지,

본인이 맞다고 고집부리는 대중 혹은 불특정 다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투명하게 나 자신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언제나 감내하고 직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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