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일 때문에 습관이 된 것이 하나가 있다.
예전에 파리에 갔을 때나 이태리에 있었을 때 순간을 즐긴다고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 때 계획이 해마다 꾸준히 유럽에 오가면서 생활하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 다리를 구축하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못 나가 버릇 한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안정적이지 않으면 불현 듯 떠나지 않는 나 자신으로 바뀌었다. 사실 그 때랑 지금의 나랑 비교해 봤을 때 안정성에 있어서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그 때에는 너무 행복했지만 동시에 너무나 불안정했고 내가 제일 원했던 건 안정이었다.
그래서 그 때 만났던 인연들이나 남자친구에 대한 사진이 많이 없다. 같이 찍은 사진이 한 두장 있었는데 그마저도 날아가 버려서, 그 때 이후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 같다. 나 혼자 보려고 스토리에 사진을 진짜 많이 올리곤 했는데 그게 습관이 되기도 한 것 같아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다.
나는 나의 상처 같은 게 단순히 가정에서만 있는 건줄 알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왕따도 많이 당하고 시기 질투도 많이 받았다. 그 속에서 내가 피해자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조금 더 기둥이 세워져 있었으면 그런 일을 안 당했을 텐데, 어렸을 때에는 너무나 위태로웠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뻔뻔스러움은 있어서 왕따를 당하거나 혹은 일찐 여자애들 무리들이 나를 시기질투하면서 남자애들이랑 같이 놀지 말라고 해도 개무시하고 맨날 남자애들이랑 놀러다녔다.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나는 여전히 남자 친구들이 더 편하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내 남자인 친구들은 내가 뭐라고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바보같은(?) 단순함 덕분에 우리는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은은하게 티발럼이었던 나는 의도와 다르게 가끔씩 팩폭을 해서 이것에 오해도 있었고, 마음이 여리거나 날 너무 좋아했던 친구들은 상처를 받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인지 여전히 나는 가족보다 친구들이 더 좋다. 말도 안 되는 말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친구들에 대한 사랑이 더 큰 것 같다. 친구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줘도 된다는 안도심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너무나 바빠서 일적인 것 빼고는 친구들이랑 많이 놀러다니는 것 같지 않은데(아닌가?) 요즘에 친구들도 너무 그립고, 나는 비혼주의자라서 결혼 안 하고 땡자땡자 놀고 일하면서 혼자만의 삶을 즐길건데 그 때 쯤이면 내 친구들도 다 애 낳고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있으려나? 그런 사실에 축복을 보내면서 슬프진 않은데 그 때 쯤이면 나는 나보다 월등히 어린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아니면 정말로 친구가 없다면 혼자라도 잘 놀고 있을 것 같다.
언제나 팔랑거리면서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다니고 싶은데, 나는 19살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비혼에 대한 마음을 굽힌 적이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생각이 바뀔거라는 어른들의 말이 여전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긴 하다. 여전히 결혼에 대해서는 부담스럽고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나랑 잘 맞고 나랑 비슷한 비전에 마음적 안정성과 외적 안정성까지 갖추어진 예술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동거정도는 할 생각은 있는 것 같다. 그마저도 각방을 쓸 것 같긴 하지만, 누군가가 옆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 같고, 요즘에 연하의 친구들이 나에게 많이 꼬인다는 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나는 꼰대같이 늙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내 나이라는 틀에 박혀서 사회적인 시선대로 그대로 나이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사실상 제일 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지금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인데 그 생각 자체가 젊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일을 하다가 갑자기 문득 사진첩을 보면서 수많은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나에게 있어서 꿈과 비전 말고 중요한 게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때 나는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결국에는 사람이 좋아서 예전에 받았던 상처들을 무시해버리고 똑같이 사람이 좋다는 고양이처럼 쫄래쫄래 친구들 곁에 있는 나를 보면 참 아이러니다. 사람에게 크게 대였어도 그 습관은 버려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