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강도영

by hari

몇년전 수업을 하던 초등학교에서 1학년부터 6학년 까지 플룻과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생들의 학기말 발표회가 있었는데 서로 다른 날짜, 다른 악기, 다른 강사로 진행하는 수업이라 연주회 당일에만 서로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한 6학년 학생이 암보하여 연주하는 것을 보고 2학년 학생들이 서로 수근대며 “저 언니는 저걸 다 외워서 연주하느라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너무 대단하다.“ 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보통 내가 겪었던 초등학생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는 긴장하며 대기하기 때문에 남의 연주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옆의 친구와 장난을 치기도 하며 긴장이 풀려 남의 연주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 대화를 지켜보던 나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다는게 대견하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머리를 딩 하고 맞은 것 같았다. 나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무도 집중을 하지 않을꺼라고 생각했고 (나의 큰 오산이었음) 6학년 학생이 연주회 곡으로 선택한 곡이 자신의 실력보다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해서 부담감을 가지고 연습하며 수업시간에도 계속 “연주하다 틀리면 어떡해요?, 고음이 안나면 어떡해요?” 라는 등 자신 있는 모습이 아닌 걱정 하는 말을 자주 했을 때 속으로 이런 무대쯤이야 쉽게 하겠지, 별거 아닌데 그냥 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큰 무대 작은 무대 가리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늘 느끼지만 티칭을 하다보면 어린 아이들에게 배우는 점도 많고 날 반성하게 할 때도 많다. 어리다고 무시할게 아니라 늘 존중하며 소통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한다.

사실 대학원 졸업 후 나의 연주를 할 때에 나의 가치를 깎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 그럼 나도 그냥 대충하면 되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ㅋㅋ) 내 마음속으로 이건 중요한 연주,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연주, 이런식으로 순위를 정해두고 무의식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져 약간 냉소적(?)인 태도로 지내왔던 것 같다. 시작 자체를 그런식으로 해버리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그게 연주에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 본질을 잊고 지냈던 것이다. 음악은 그런것이 아닌데 학생들에게는 늘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연주하라고 했으면서 나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위선적인 태도로 지내왔다.


하지만 저 학기말 발표회 이후로는 진심은 통한다는 말 처럼 누군가 날 무시하는 것 같아도, 내가 열심히 한 걸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도, 최선을 다해서 하면 역시 누군가는, 누구라도 알아준다는 생각에 늘 정성으로 연주를 준비하고 연주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도 늘 한 순간, 순간을 진심으로 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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