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명론자

강도영

by hari

고등학교때 꽤 친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서로 다른 대학을 가게되면서 서로 바빠지다보니 연락도 뜸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가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버스에서 만났는데 너무 반가워서 서로 연락하자! 한번 보자! 하고 헤어졌는데 그 이후로도 딱히 연락은 주고받지 않았다. ㅋㅋ 그러다가 이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간다는 소식을 올려서 영국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너무 부럽다 ! 언제 한번 놀러갈께 ! 라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 해 겨울에 갑자기 길게 휴가를 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진짜로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마침 그 기간이 영국 홀리데이 기간이라 학교도 안가고 뭘 해야할지 고민이었다며 내가 오면 너무 좋겠다고 해서 출발 열흘전에 부랴부랴 비행기 티켓을 끊고 영국에 갔다.


그 친구가 공항으로 마중 나왔을 때 몇년동안 못본것에 대한 어색함이 하나도 없이 마치 어제 만난 친구처럼 재잘재잘 떠들면서 여행이 시작됐다. 그 전까지는 20살 이후로 만나지도 않고 심지어 연락도 안하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서로 번호도 없었음) 갑자기 함께 영국여행을 하게 되다니 뭔지 모를 설렘과 낭만이 느껴졌다.

여행을 하다보니 우리는 너무 성격이 잘맞고 취향도 입맛도 비슷해서 작은 트러블도 없었다. 대화를 하다 알게된 사실인데 우리는 몇년동안 같은 미용실 같은 디자이너 선생님께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 또한 너희는 친구를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어 ! 꼭 친구가 되어야해 ! 라는 듯이 하늘이 내려준 운명 (?) 같았다. (나는 운명론자이다.ㅋㅋ)

몇년간 못했던 이야기,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열흘이 훌쩍 지나버렸는데 마지막날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 친구는 다음날 학교에 가야했고 나는 공항으로 가야해서 서로 다른 곳에서 잠을 자느라 런던 센트럴 거리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갈 길을 갔는데 다신 못 볼 사이처럼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바로 카톡하고 전화해서 여운을 느낄 새는 많지 않았음ㅋㅋ) 그리고 그 이후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하고 미주알 고주알 주고 받는 절친이 되었다. 참 이상하다. 여행전까지는 거의 모르는 사람 처럼 지내다가 여행 열흘 하고는 서로에게 이젠 없으면 안되는, 어느새 의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정말 좋아하는 도시 런던에서 연말, 연초를 맞으며 런던아이 에서 하는 새해 불꽃놀이를 보는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 친구 덕분에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설렘과 분위기, 경험을 함께하고 아직까지도 친구와 별 탈 없이 지내며 그때의 시간과 순간을 공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소중하다.

아무리 멋지고 즐거웠던 기억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참 허무하고 허전할 것 같다. 어른들이 친구를 만나면 옛날얘기가 제일 재밌다, 옛날 얘기 하느라 시간 다 간다. 라고 하시는 것 처럼 친구는 지나간 시간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함께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소중한 내 옆에 실제로 존재해주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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