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하게 향을 맡는 시간이 있다.

김하은

by hari

나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하게 향을 맡는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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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과를 마치고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지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향들을 모아둔 선반 앞에가서

오늘은 어떤 향을 맡으며 그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까 고민한다.

이때 향을 맡는 주체는 오로지 나다.


용기의 모양과 색을 한번씩 훑어보며 아 내가 이런 향도 가지고 있었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향은 좀 잊고 있었구나’ , ‘그래 나는 이 향의 이 부분이 좋았어!’ , ‘이 브랜드는 참 이걸 잘 만들었어’

하는 생각들을 하며 뚜껑을 열고 손이 가는 제품들을 하나씩 들여다 보는것이다.


그러곤 맡았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지는 향을 선택한다. 맡기 전 미리 그 향을 예상해보게 되지만 실제로 그 향을 맡고나면 매번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그 날따라 마음이 가는 향도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너무 좋아하며 썼는데 어느 순간 ‘앗 이부분은 조금 부담스럽네’ 하고 느껴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향도 있다.

다시 좋아해보려고 시도하지만 역시 오늘도 좀 별로다 하면서 내려놓는 일이 많다. 억지로 좋아하려고 해서 더 부담스러운지도 모르겠다.(그래서 향은 꼭 착향하거나 시향지를 챙겨와 시간이 흐른 후의 향도 맡아보고 사야한다. 매번 스스로 다짐하는 말이다..)


예전에 향 스터디를 하며 선생님께들은 이야기가 있다.

글쓰기 실험을 했는데 사람들이 선호하는 향을 맡고서 글을 쓴 집단은 ’행복‘에 관련된 글을 더 많이 썼다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향이 세상에 많을 수록 우리는 더 행복을 많이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거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하셨었는데, 그날 나는 더 많은 향을 알고 새로운 면들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향에 대해 공부하며 느끼는 거지만,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경혐은 향에 대해 관대해지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주, 많이 맡을 수록 좋아하는 향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동시에 좀 더 날카로워지는 부분도 있다.


아주 간단히 예를 들자면 나는 예전에는 시트러스 계열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시트러스를 사랑한다. 시트러스는 내게 단순히 오렌지였었는데, 이제는 너무 다양하며 에너지넘치는 심상으로 내 안에 자리잡았다.(아무래도 시며든것 같다 ㅋㅋ)

머스크에 대해서는 좀 더 선명해졌다. ‘부드러운 머스크향은 다좋아!’ 였는데 이제는 너무 파우더리해서 방방 뜨거나 비누스러운 느낌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진 머스크보다는, 가장 천연머스크에 가까운 단일의 머스크 향이 더 좋다. 맡아질듯 안맡아질듯 희미하면서도 아주 오래 지속되는 그 향취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아무튼 그렇게 향을 고르고 골라 착향을 한다.

그리고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 향을 맡는다. 깊이 맡는다. 느껴지는 기분을 충분히 느낀다. 책상 위에는 마실거리와 맡을거리, 쓸 거리, 그리고 읽을 거리 들이 놓여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과하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충분히 즐기는 중간 중간, 손을 움직이는 찰나, 내가 좋아하는 그 향이 느껴진다. 그 순간을 더 사랑하게 된다. 온전히 느낀다. 명상하듯 숨을 바라본다.


향의 도움으로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그 시간을 더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향을 맡는건 현실에 필터를 씌워주고, 내 기분에 영양제를 공급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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