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향수에 붙은 이름들을 보면, 설렘이 느껴지는 이름들이 있다.
어떤 장면이나 분위기, 아주 작은 조각의 삶이 그 이름에 담겨 있다.
내가 바라던, 혹은 바라게 될 것 같은 꿈같은 장면이 아주 짧은 시간에 머릿속을 스친다.
그런 상상과 함께 향수 병을 집어드는 것이다.
향은 어떨까? 내가 상상한 그 향일까? 이 이름을 왜 붙였으며 그 이름과 연관성이 느껴질까? 하는 기대로.
오늘 만난 liber의 ‘Art book’이라는 이름의 향이 그랬다.
(리베르는 평소에 많이 좋아하던 브랜드는 아니지만 요즘 부쩍 관심이 가는 브랜드다.
‘향이 엄청 좋다!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나, 꾸준하게 자신들의 색으로 활동하며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인식시키는 단단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브랜드 성장에 대한 이야기나, 활동들을 기록하는 브랜드의 개인 정체성같은 색을 띈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업로드 되는 게시물들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나는 ‘art book’ 을 보자마자 어딘가 하얗고 모던한 디자인의 거실 같은 공간을 떠올렸다. 널찍한 공간에 부드러운 아이보리 색 러그가 깔려있고, 그 위에는 심플한 소파와 예쁜 유리 테이블이 있다. 낮고 예쁜 유리 테이블에는 아주 묵직하고 빳빳한 아트북이 원래 제 자리인냥 놓여있다.
나는 실용성은 없으나 가끔 한번 펼쳐보고싶어지고, 그냥 두어도 소품으로서의 한 몫을 하는 아트북을 갖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매번 살까말까 망설이다 나중에 진짜 마음에 드는게 생기면,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을 발견하면 꼭 사야지 하고서는 구매를 미뤘었다.
상상속 아트북은 그런 아트북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예쁜 공간에서 발견한,
심심함을 달래기위해 구경하던 중 시선에 들어온 깔끔하고 똑떨어지는 사각형의 묵직한 아트북.
이끌리듯 손을 뻗어 아트북을 집어드는 것이다.
미술관 스토어에서 혹은 아트북 전문 서점에서 파는, 구매욕을 마구 자극하던 그 크고 두꺼운 아트북들을 떠올리며 책을 펼쳐든다.
어떤 이미지들이 담겨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한장 한장 빳빳한 종이를 조심스레 잡으며 책장을 넘겨본다.
어디로 나를 이끌지 기대하며 차례차례 나타나는 이미지들에 내 시선과 기분을 맡긴다.
아주 잠깐 그 속의 세계로 빨려들어가 그 분위기에 머문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살짝 아쉬운 마음을 담아 책을 고스란히 내려두고 시선을 떼는 것이다.
그러곤 나도 이런 책을 꼭 가져야지. 집에 두고두고 바라보고 펼쳐보아야지. 하는 작은 마음을 간직한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아트북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작은 설렘을 안겨주는 물건이라 그 이름에 더 이끌렸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향의 이름이 주는 영감이, 이미지가 자신의 소망과 취향에 맞닿는 순간에 끌림이 있는 것 같다.
향은 그 이름과 정말 잘 어울렸다.
내가 떠올렸던 흰색, 빳빳하게 코팅된 종이, 두꺼운 표지, 묵직하고 차분함, 모던함..
이런 요소들이 하나하나 쌓여 구매에까지 이르게 되는것 아닐까?
나는 방향제로 그 향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적 요소로 더 잘 어울리는 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향이름을 짓는데에 좀더 많은 상상적 요소들을 담아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경험이었다.
+오드퍼퓸 아트북에 대한 이야기
<Art Book>
대표 향조: cedar wood, pine, clove
이미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아트북으로 가득 찬 서점. 책 사이로 피어난 푸른 잎사귀와 익숙한 연필심향
설명: 아트 북은 형형색색의 아트북으로 채워진 모던한 서점을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세련된 무드. 가지런히 나열된 책장의 부드러운 우드, 곳곳에 비치된 푸른 식물들의 그리너리 노트, 끄적이는 메모지에 번지는 연필심 향기. 책들에 둘러싸인 편안함 속 블랙 페퍼, 클로브의 스파이스 노트를 가미하여 낯설면서도 궁금함을 자아내는 장소로 인도합니다. 평온함과 영감이 공존하는 서점 속, 지혜로움이 피어나는 그린 우디향을 발견해 보세요.
리베르의 향설명을 보고나니 내가 상상한 장면들과 거의 비슷한 의도로 만들어진 향이라 놀랐다.
‘ 이정도로 의도를 잘 담아내고 잘 전달해주고 있구나’ 하며 리베르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campus picnic’이라는 향은 달달한 cassis ,yuzu 그리고 주변에 심겨진 솔잎과 잔디가 연상되는 향이었는데 설렘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캠퍼스 잔디밭을 상상케했다. 참 이름 잘 지었다! 아니면, 의도대로 향을 잘 표현해 낸 것일지도!)
이렇게 영감을 주는 어떤 장소나 장면들을 만날때 그걸 잘 기억하고 기록해두었다가, 고스란히 향에 담아내고 싶다.
내가 느낀 그 기쁜 자극들을 타인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그 능력을 갖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