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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Nov 02. 2024

지젤비엔 Gisèle Vienne <사람들> 리뷰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 박하리

일정10.26.Sat. 7pm10.27.Sun. 4pm

관객과 대화10.26.Sat. 7pm

공연 종료 후 예술가와 대화가 진행됩니다.

관람연령만 13세 이상(중학생 이상)

공연시간90분

공연장소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은 전자음악으로 시작됩니다. 공연장 앞엔 물이 있습니다. 이 공연은 의상과 전체적인 미장셴이 굉장히 트렌디 하고 감각적이기 때문에, 이 공연을 보러 온 트렌디한 현대무용 단체들이 많이 있었다는 게 관객의 특징 중 하나였어요. 움직임 자체가 많은 공연이기 보다는 표현주의 방식의 느낌이 큰 공연이었고, 어떠한 서사적인 형태가 아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이 없는, 즉 전체적인 연출 방식과 하고자 하는 소재를 부각시켜서 나타낸 미장셴이 돋보인 공연이었어요. 

   이러한 까닭은 지젤 비엔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출신 안무가 및 연출가로서 철학을 전공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국립 고등 마리오네트 학교에서 인형극을 공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에서의 무대 효과 자체가 무용 공연이기 보다는 마치 현대미술가 신디셔면의 작품을 옮겨놓은 듯한(신디 셔먼의 사진이 무용으로 구현되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양상을 띠며, 낸 골딘의 특징도 볼 수 있습니다. 


신디 셔먼


낸골딘

   그녀는 작가인 ‘데니스 쿠퍼’와 정기적으로 작업을 하며, 프로젝트마다 텍스트와 언어, 그리고 말과 내레이션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구현해 내고자 하며, 무대를 위한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창조해내려고 부단히 시도중입니다. 



   이 공연 자체는 광고판 속 영상같은 시각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청각적인 효과 또한 TV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슬로우 모션을 보는 듯 한 움직임과 더불어서 흡연 장면이 고스란히 눈앞에서 가깝게 볼 수 있는 공연입니다. 


   컷들을 연속적으로 붙여놓은 듯한 미장셴을 관람객은 관찰 할 수 있으며, 무대 연출은 마치 놀이터 등과 같이 어지러운 느낌의 배경으로 삼았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하는 듯한 표현 양식이지만 정확히 ‘이것이다.’라는 직접적인 형식이 아닌 우리가 상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은유적인 표현을 선택했습니다. 


   마치 클럽같기도 한 이 장면 속에서 위태로워 보이고 긴장감 있는 음악이 나옵니다. 또한 울면서 불안정해 보이는 초록색의 옷을 입은 여자가 등장합니다. 그녀의 옷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 이러한 컷들은 마치 외국의 독립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버팔로 66이라는 영화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즉 무대 연출 자체가 색감과 단순한 구조 속에서 밀도감 있는 표현방식을 통해서 감각적으로 구현해내고자 하는 기획자의 의도가 부단히 보이는 공연입니다. 무대 조명은 굉장히 단순하게도 뒤의 하이라이트 조명 2개 정도와 메인 조명들이 끝일 정도인데, 이를 통해서 극적인 표현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기도 했습니다. 싸우는 듯한 사람들과 피가 묻은 사람, 멈추는 신과 갑자기 폭발적인 움직임, 두 박자에 맞춘 움직임 등, 일정하게 비슷한 행위를 하다가 극적인 표현들로 인하여 신들이 파편화 되듯 깨지기도 합니다. 

   또한 이 공연의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쾌락, 향락, 도피, 아픔에의 도피. 그리고 망각의 현재성. 섹스. 회피적인 망각의 행위들. 가벼운 만남과 범죄, 위태로움 불안, 불안정함, 범죄, 향락, 버팔로 66같은 미장셴, 괴로운 감정에의 발현. 

   주로 정리되지 않은 러프한 감각과 감정들이 주를 이루고 동성애를 표현하는 듯한 적나라한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움직임이 크지 않아서, 오히려 연출이나 인물간의 감정 혹은 표정 들을 더욱 부각시키려고 한 시도가 엿보입니다. 하지만 움직임 또한 더 많이 삽입했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또한 해보았습니다. 

   이 공연에서 ‘망각’이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기도 하는데, 그것은 정리되거나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해소시키는 게 아니라 회피하고 지금 이 순간을 쾌락으로 즐기는 듯한 움직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주제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는데, 그러한 표현 방식 자체가 트렌디하면서도 색감이 진한 사진 작품을 보는 느낌이 가장 적나라하고 인상적인 공연입니다. 


   또한 처음에는 단조로웠다가, 나중에 서로 동물적 언어로 대화하는 듯한 폭발적인 움직임에서부터 상승하고 퍼져나가는 에너지의 발현이 흥미롭습니다. 


   후반부에 무용수들은(15명입니다.) 땅과 가까워져서 쓰러집니다. 콜라의 폭발. 실성한 듯 웃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마치 인스턴트 음식, 콜라 등으로 회피하는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듯 합니다. 야생의 사람처럼 정신분열이 된 듯한 움직임들이 나타납니다. 섹스, 키스, 동성애, 회피 등등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몸에서 연기가 나는 연출법은 마치 해소되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의 발현 같은 느낌을 보여줍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졸도를 합니다. 

   공연의 마무리로는 두 명의 남녀가 만나고 암전이 됩니다. 그리고 야광 팔찌가 보입니다. 

   이 공연은 커다란 이야기가 담긴 것이 아니라, 어떠한 감정이나 상황 등에 대한 단순한 이미지적 장치로 표현합니다. 즉, 작품을 통해서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마치 현대 미술을 보여주듯 “보여주는” 표현방식을 통해서 관람객과 소통하는 것이 아닌, 마치 미술품이 단독으로 ‘존재하는 듯한’ 미장셴의 공연입니다. 지젤비엔은 철학가 출신이고 인형극을 배웠기에 연출에 탁월한 공연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감정을 겪어내고, 그 감정들마다 단계가 있습니다. 가장 무겁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있는가 하면, 상승하고 기쁜 감정 또한 존재합니다. 그것을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이중적인 감정들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 보다는, 사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망각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재함을 인정할 때 그 자리에 많은 아픔들이 떨어져 나오고, 그 공간에 새롭고 좋은 감정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지젤비엔의 <사람들>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감각과 감정들을 통하여 인간 자체를 연구하고자 한 시도들이 작품 속에서 많이 드러났으며, 그것이 분출이 되었건, 망각이 되었건 관객에게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보여주어서 관객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열린 감각을 선사한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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