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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Oct 17. 2024

<사랑했던 순간이 영원한 보석이라는 것을>

- Beyond 임학선 댄스위 We universe, 우리의 꿈


공연은 나레이션으로부터 시작된다.      

“길이 나 있었다. 내겐 춤이었다. 7살, 20살, 30살, 40살, 50살, 60살, 기쁘기도 화나기도, 아쉽기도 벅차기도 했다.”     

   공연은 스크린의 영상과 무대의 미장셴들이 동시에 이루어져있어서 미적 영역과 움직임의 영역을 넘나드는 공연이다. 첫 시퀀스에서 스크린에 세로 줄의 선이 나타나고, 나레이션은 계속 되었다.     

“어찌 지나왔듯이 길에 감사하다. 이제 나를 허락해도 될까?”     

   그리고 물구나무 서 있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일정한 북소리와 사선으로 물결치는 스크린의 영상들, 그리고 무용수들은 위를 쳐다보며 천천히 걷고 마치 생명체가 처음 태어나서 꿈틀거리는 것 같이 수많은 무용수들이 바닥에 붙어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첫 시퀀스에서는 무용수들이 주로 위의 허공을 응시하곤 하는데, 그것은 어떠한 이상향이나 혹은 어떠한 인물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처리이다. 또한 극적 연출방식이 이 공연의 특징인데, 웅장한 분위기 조성과 안정감있고 반복적인 북소리, 그리고 광활한 표현방식이 이 공연의 주요 줄기이다. 한 여인이 한 남자의 어깨에 타서 등장하고, 마치 그 여인은 신이나 혹은 왕 등을 형상화 하는 대목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무용수들이 그 여인을 바라보고, 마치 무언갈 갈망하고 찬양한다는 듯한 대목을 보여준다.      

   이 공연은 주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장면 처리를 보여주는데, 위에 달린 조명으로 한 가지 중간선을 나타내고, 느리고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을 지니는 여자 한 명이 등장한다. 그러다가 템포가 빨라지고, 달리기 시작하고, 갑자기 분위기가 밝아지는 시퀀스로 전환된다. 의상도 이전과 다르게 화려해주고, 옛날이라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의상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즉, 젊은 나날들에 대한 회상의 시퀀스를 보여주는 듯 한 연출이다.      

   그러다가 또 다시 장면이 전환이 될 때, 정적으로 움직임을 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스토리적 연출법이 등장하는데, 남녀가 얼굴을 포개고 누워있는 장면이다. 애틋함을 표현하는 듯한 느린 움직임과 동시에, 슬픈 느낌으로 부드럽고 유연한 춤사위, 즉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슬픔을 표현한 움직임을 통해서 장면을 표현한다. 이 공연은 주로 스토리텔링적인 연출과 극적인 연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출법을 나타내는데, 이 방식은 아주 단순하고 직접적이라는 특징을 지니면서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맑은 느낌으로 여자 둘이 만나고, 새가 나는 듯한 시퀀스가 나타난다. 즉 꿈과 청춘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대목인데, 주로 곡선적이고 큰 팔의 움직임, 사선형, 주춤주춤 뛰어가는 극적인 움직임이 주요 맥락을 이룬다. 서로를 바라보며 동일한 발걸음을 맞추듯 감각적이고 감정적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전환이 되어서 남자 무용수들이 나타나고, 서로 경쟁하는 듯한 구도와 박진감을 이루어낸다. 여기에서는 긴장감과 색채감으로는 갈색과 회색빛의 움직임을 자아내는데, 빠른 템포와 짐승과도 같은 거친 움직임과 음악, 무언갈 찾아서 갈망하고 헤쳐나가는 듯한 움직임, 자신과의 싸움을 말하고자 하는 신들이 등장한다.      

   그러다가 한국 음악이 나오고 전통적인 느낌과 동시에 새와 나무의 시퀀스와 중년 무용수가 등장한다. 앞서 나왔는 움직임은 젊은 느낌과 굉장히 동적이고 큰 움직임들, 그리고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움직임이었다면, 이 여성 무용수의 움직임은 조금 더 밀도감이 있고 한 선을 움직이더라도 깊이가 굉장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우아하면서도 여러 세월이 보이는 단순한 움직임은, 많은 복잡함을 겪고 난 뒤 얻은 단순함의 지혜를 표현하는 세월 그 자체를 보인다. 또한 무용수의 표정과 감정을 통해서 과거의 서사를 읽어낼 수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응축되어 있는 듯한 깊은 춤, 즉 온 정성과 사랑을 담은 건강하고 잘 차려진 밥상을 먹는 듯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춤에 대한 희로애락과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무용수의 움직임인 것이다. 기술과 기교로는 표현되지 않는 ‘춤 그 자체’를 깊게 나타낸 듯 한데, 이 한 인간상의 존재만으로 60년의 세월을 표현한 듯한 시퀀스인 것이다. 


   즉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을 ‘춤’이라는 소재로 풀어내고, 그 방식 자체가 굉장히 직접적이고 단순하면서 동시에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흐름을 읽어낼 수 있고, 한 인물상을 여러 군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으며 혹은 춤 그 자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대목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공연은 한 개인의 역사를 나타낸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우리’라는 인간상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대중들이 보기에 어려움이 없으며 굉장히 극적인 방식으로 풀어냈으며, 마치 연극 공연을 본 것처럼 웅장하다는 걸 관객은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어쩌면 현대적일 수도 있고 전통적일 수도 있는 이 공연은 사람의 깊이감에 대하여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해낼 수 있는 기회를 관객에게 부여하기도 하고, 꿈과 세월, 그리고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또한 이 공연에서 핵심적으로 나타나는 한 개의 선은 다음과 같이 정의내릴 수 있다.      

“선 하나로 직접적이고 단순한 시간적 흐름의 표현을 서사적 성격을 띤다.”     

    선이란 생명을 뜻하기도 하고 역사를 뜻하기도 하고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 세월을 어떻게 사느냐는 개인의 문제이지만, 그 개인을 뛰어넘어 우리 전체에게 통하는 한 가지 진리는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인물들의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건 무언가에 대한 애착과 애정, 그리고 슬픔과 사랑 등이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은 그것들을 잘 녹여내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 김창완의 <시간>이라는 노래의 대목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게 얼머나 달콤한지 그걸 알게 될거야. ~ 더 늦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 사랑을 위해서 사랑할 필요는 없어. 그저 용감하게 발걸음을 떼기만 하면 돼. 네가 머뭇거리면 시간도 멈추지. 후회할 때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거야. 잊지 마라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해도 그렇게 후회해도 사랑했던 순간이 영원한 보석이라는 것을.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 순간의 별빛이지.”     

Beyond 임학선 댄스위 We universe, 우리의 꿈

“사람과 춤이 함께 늙어간다.”     

2024. 10.12토/12일 오후 7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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