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by hari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고 정신이 곤두서 있던 꼬맹이가 그림만 그리면 차분하고 안정적이고 행복해했다. 그게 어렸을 때 나였다. 학교 쉬는 시간 마다 공부를 하거나 그림을 그렸다. 항상 손바닥보다 약간 큰 드로잉 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건 내 친구와도 같았고, 어느 날 나를 질투했던 어떤 애가 그걸 망가뜨리려고 할 때 그 아이를 가만히 두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는 그림이 소중한 애였다.


그렇게 성인이 되었고 사실 내가 어떤 순간이 찾아오든 나는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다가 문득 찾아온 기회들이 전시할 기회들이라서 이른 나이부터 작가생활을 했다.

대학 졸업 후 홀로 살림을 꾸려나갔어야 했어서 안 해본 일 없이 별 일을 다 해봤는데 그러다보니 몸이 망가졌다. 문득 내가 아프면 돌봐줄 사람도 없고 아프면 돈이 나가는 일이라 큰일이라서 병원도 못 갔다.


이 힘들었던 생활 속에서 그래도 나는 혼자이고 자유라는 생각에 행복하게 지냈다. 내가 가진 제일 큰 가치는 내적 가치였고,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감사했다.


그러다가 전남친들이 무용수나 운동하는 분들이었는데, 따라서 크로스핏을 했다가 갑자기 운동에 빠지게 되었다. 유산소는 어려서부터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근력운동은 처음이었어서 많이 다쳤다. 다치고 제일 속상했던 건 어깨가 다쳤던 거였는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팔이 올라가지 않아서 하루종일 펑펑 울었다. 나같은 멍청이는 없었다. 병원비로 돈도 탕진했다. 나같은 멍청이는 없었다.


그 이후로 안정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하게 운동하고, 작은 돈을 소중히 하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려고 한다. 잃는 다는 게 아직 무섭지만 가진 것 없이 시작했으니 지금은 밀도감 있게 차곡차곡 많은 것들을 쌓아가고 있다. 만일 무너진다고 해도 다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며, 그 밀도있는 삶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운동을 사랑하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니 그것들에 헌신하고 소중히 대할 것이며 좋은 것들을 세상에 줄 것이다. 그게 다 아파봐서 알게 된 사실 같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림밖에 없었던 내 삶이 너무 다양해졌는데 아직 완벽히 받아들일 순 없어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많은 것들이 나를 사랑하고 나는 많은 것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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