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동 끝나고 두유 넣은 카푸치노를 먹다가 이 한개가 너무 맛있어서 그 순간 엄청 행복했다. 당을 줄이고 있어서 커피는 시럽 안 들어간, 라떼는 두유나 오트밀 변경으로 먹어서 요즘에 입맛이 슴슴해졌다.
어제는 오랜만에 주호의 공연을 봤다. 처음 무용 공연을 본 게 (고등학생 때 강당에서 하는 것들 제외로) 현우 공연이었는데, 그 때 당시에 그림 말고 내가 내적인 것을 표출할 수 있는 걸 무용수가 대신해주는 느낌이라서 충격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때에 과실에서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거나 혹은 무용 공연을 유튜브로 찾아보거나 공연장 가서 보거나 둘 중 하나가 내 인생이었는데(그게 내 생활의 전부였다.) 그렇게 단순한 생활이
나의 가장 큰 안정이자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 때 당시 그게 너무 행복해서 그냥 평생 무용공연이나 보고 그림만 그리고 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누군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그림을 많이 그릴 시간을 벌고, 서울의 강남권에 살면서 생활하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그래서 그 평범한 삶이 나의 가장 큰 꿈이자 목표였는데, 요즘 나는 그것 이상으로 지내고 있으면서도 그 때만큼 행복한가 싶다.
그래서 사람이 무엇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걸 일깨워 주는 게 무용이고 그림인 것 같다. 처음에는 표현적인 공연을 좋아하다가 최근에는 개념적인 걸 좋아하다가 이제는 미장셴이 좋은 안무가를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움직임 자체를 감상하고 싶어서 요즘에 다시 움직임을 잘 하고 표현을 잘 하는 무용수분들을 보고 있는 게 좋다.
그림을 그리며 내가 무언갈 목표로 하고 그걸 도장깨기
하듯 성취해나가면서 살았는데, 그러다 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도 있고 나보다 못 하는 사람도 있다. 끝이 없고 어디까지 정상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고 성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늪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문득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 또한 운동처럼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 보다 매일 꾸준히 안정적으로 하는 게 힘이 더 세고, 그거 자체가 생활이 되면 무엇을 가져도 집착없이 풍족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본질적으로 작품의
밀도를 쌓고,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무용공연을 보고, 연출을 공부하고, 문화예술에 더 집중하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결국에는 그걸 뛰어 넘어서 모든 문화예술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고싶은데, 겁이 나는 한편, 내가 얼마나 크고 넓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지 가늠도 안 되지만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를 할 때마다 그 지점에 이미 도달해 있는 것 마냥 생생하다. 나는 이미 미래에 가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그저 즐기고 책임감을 가지면 되는 것,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생활의 힘을 기르는 것, 타인에게 의존하진 말되 너무 힘이 들면 가끔씩 기댈 수도 있는 것, 떠나간 사람을 붙잡지 말고 내게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