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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번!

by hari

하루에도 수십번 나는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다시 되묻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요즘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면 강박적으로 빠지는 성향 탓에, 예전에 그림을 그리다가 그것이 강박적으로 스스로 몰아붙이는 지경에 가서 나는 그림을 놓아버렸고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학생때였는데, 그 때 갑자기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방학 때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글만 쓰다가, 결국 칼럼 사이트에서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전시 기획할 때 지원사업 작성, 글 외주 등을 받아서 쓰고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강박적인 마음이 내려놓아지니, 결국 하루에도 몇 개씩 그림을 그리고 있는(다시는 그림을 안 그리겠다면서 다짐하고선 ㅋㅋㅋㅋ) 나를 볼 수 있었고, 그 이후에 내 작업물이 어떠하건 집착하지도 말고 평가하지도 말고 판단하지도 말자고 자유롭게 놓아버리려고 했던 지난 몇년이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유였기 때문에 그리는 행위 자체만 중요했지 결과가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다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주로 추상화만 그렸던 내가 다시 구상으로도 돌아가서 하루에도 수십번 그리다가 넘어지고 그리다가 넘어진다. 그림과 씨름하는 느낌인데 이렇게 씨름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낯설고 힘들면서도 나 스스로 일부러 고통받고 스트레스를 감내하려고 하는 편이다. 왜냐면 지금껏 많이 나를 풀어주었으니, 사회나 개인적으로나 겪어야 할 풍파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껴보자 라는 욕심도 생겼고, 어떻게 하면 좋은 작업자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하루에도 수십번 고민을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정말 없기에 많은 작가들분이나 혹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는 과정에 다시 놓였다. 즉 요즘에는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게 참 힘들다. 고집을 내려놓고 해야하는 일인만큼 난 고집이 참 세기 때문이다. 주관이 너무 뚜렷하기에 그거 내려놓는 게 힘들다.


그래도 내가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았고, 정직해야할 만큼 정직해야하고, 성실해야할 만큼 성실해야 하고, 솔직해야 할 만큼 솔직해야하는 게 내 임무인 것 같다. 다른 많은 요소 중에서 이 기본적인 요소 지키는 게

제일 어렵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실은 지키는 게 힘이 들지, 이렇게 살면 오히려 직선적으로 살 수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게 내 마음이 가장 원하는 길이기에 나는 그저 나답게 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의 박자에 맞추어 사는 게 아니라 나만의 박자를 찾고 느끼며 살고 있다.


나는 그림도 사랑하지만 음악도 사랑하고 무용도 사랑하고 문화예술 중독자일 만큼 그것들이 너무나도 좋다. 그냥 내가 수십번 넘어져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준 장본인들 같기에 그것에 대한 은혜를 값듯, 그저 나라는 인간 자체가 좋은 창작자로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이 크고 그렇기에 더 정진해서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긴 한다. 왜냐하면 공부해야 할 것들도 많고 책임도 많이 따른다. 그래도 다 겪어낼 것이다.


그래서 다원예술 지원사업에 되어서 그 기관 대표님을 만나게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뛴다. 내 목표가 거기에 있진 않지만,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마주칠 것 같은 목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험난한 길일 것 같지만 결국에는 내가 겪어야 할 길일 것 같아서 내가 해야할 것들은 많은 인정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더 낮은 곳에서 나를 맑게 닦고 계속해서 연습하고 계속해서 작업하는 일 밖에 없다. 결국에 말로도 표현하기 부끄럽지만 다만 사랑해서 하는 것일 뿐이니, 이것을 통해 나의 많은 것들을 겪어내고 감내하고 희생도 하며 실현해야 할 것들을 수용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실은 평생에 걸쳐 끝없는 게임이므로 점진적으로 해 나가면 된다. 나와 세상을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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