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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재능이 많은 것 같다.

by hari

난 참 재능이 많은 것 같다. 전시도 하고 전시 기획도 하고 티칭도 하고 영상 외주도 받고 영상으로 무대미술도 하고 공연도 하고 모델일도 하고 글 외주도 받고 콘텐츠외주도 한다. 잘난척이라기 보다는 그냥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거 같다.


그 중에 가장 애착이 있는 건 미술이고, 그걸로 길을 가기 위해서 난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별별 일을 다 해보다가 이렇게 된 거였는데, 어느 순간 고립이 되었다는 생각에 엄청 슬프기도 하고 난 대체 뭐하는 사람이고 이렇게 다양하게 했을 때 이게 과연 길이 될까? 싶어서 그림만 주구장창 그렸던 요즘이었다. 그러다가 나보다 더 잘 그리고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만큼 내가 높이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비교도 하게 되었던 요즘이었기에, 이 생각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될 걸 알아서 그냥 마음 비우고 독자적인 길을 걷자 하는 마음으로 공연 많이 보고 전시 많이 보며 나를 비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보고싶은 공연을 예매했고, 나는 미술도 좋지만 그냥 문화예술 자체가 너무 좋기에 시작한 다양한 협업이라는 걸 다시 깨닫고 다시 제대로 해보고싶다. 공연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무언가, 그리고 그저 문화예술에 대한 기여.

나 스스로 작가라고 규정지으려는 생각을 깨버리고 그냥 다원예술 작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시원하다. 나는 대학 다닐 때 교수님들이랑도 친했고 사이 좋고 재밌게 다녔는데 왜 이렇게 미술계를 기피하곤 했나 다시 한 번 직면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이, 회피하거나 기피한 게 아니라 그저 미술에 나를 한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컸던 거다. 난 미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고 누군가들이 내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도 난 그냥 나로 존재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 제대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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