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너무 행복해서 적는 글.
요즘에는 의도한 건 아닌데 그냥 행복해서 혼자 걸을 때 웃으며 걷는다. 외국 있을 때에 사람들이 나에게 웃어주곤 했는데, 여기있는 외국인들은 여전히 날 보며 웃어줘서 나도 같이 웃는다.
어느 나이가 되면 무언가가 되어있어야만 할 것 같았고 누군가 만나서 사랑을 한다면 내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야 그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틀을 스스로가 지정해두어서 많은 부담감으로 살았기도 했는데,
언제나 말끔하고 예쁜 내 모습이 아니라, 그냥 덥수룩 해도 스스로 떳떳한 내가 좋아서 그냥 그런대로 살고 있다. 멋지지 않아도 난 그대로 날 사랑할 수가 있고 너무나 소중해서 아무나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그게 좋다.
비가 오는 날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는데,
비가 오면 미팅 다닐 때 불편하고 일에 늦어서 그게 힘든데,
집 가는 길에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가끔은 비 맞으며 가기도 하고, 오늘은 새로 산 장화를 신고 물 웅덩이를 일부러 밟으며 다녔다. 예쁘게 핀 꽃들이 건물에 뒤엉켜 있었고, 소나무에 있는 물방울이 예뻐서 괜히 한 대 치고갔다가, 자연물에도 사랑을 줘야된다는(?) 어느 글을 보고 그냥 쓰다듬으며 가다가 내 팔에 물이 다 묻어버리고 온 몸에 비 범벅이지만 어차피 집 가는 길이라서 혼자 신나서 갔다.
예전에 반포 리체에서 러닝하다가, 아스팔트가 반짝여서 그게 너무 예뻤던 기억이 났는데 그 거리를 걸어가며 여전히 반짝이는 아스팔트와 반짝이는 빗방울들이 예뻤다.
오늘은 부담이 되는 날이었는데, 새로 받은 일을 잘 해야지 하는 긴장과 부담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회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그냥 꾸역꾸역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면 내가 익숙치 않고 두려웠던 것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내 힘이 된다. 더 멀리 나갈 수 있다.
몇 년간 공적으로 알고 지냈던 사람이, 저번에 처음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실례가 될 까봐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내용이었는데 듣고 나도 마음이 아팠다.
또 다른 사람도 나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얼마나 속상할 지 감도 안 잡히는 큰 일이었어서 마음이 아팠다.
어제 밤에 일을 잘 해야한다는 부담때문에 잠을 설치다가 그냥 그분들의 심정과 나의 과거가 생각나서 엄청 울다가 잤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삶을 깊게 살아가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로 고통은 종종 우리를 묶어주기도 한다.
요즘에는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
무목적성의 행복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고,
인정받을 이유도 없고 사랑받을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행위에 대한 이유가 없이 사랑하는 것들을 하는 게 무목적성이다. 이익이 오지도 않고, 그것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의 몰입에 충실하기 위하여 하는 것들인데, 그것은 복리처럼 나중에 나에게 이익이 됨을 아는 영리함이기도 하다.
행복한 글들을 일부러 남기지 않고 바람이 스쳐가듯 놓아두곤 했다. 행복도 잡아두지 않으려고 그랬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찾아온 지금의 행복은 잠시동안 잡아두고 싶어서 글을 적지만,
언제든 변할 것을 알기에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영원한 지금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밖에 더 할 것이 없는 것 같다. 두려움을 품에 안으며, 직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