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ㅅㅏㄹㅁ

by hari

어제였나?

학교 도서관에서 크리스마스 소망을 적어 트리에 적는 행사를 참여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현재 그리 큰 소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 원하는 걸 얻으면 또 다른 걸 원하고, 또 원하고..

가만히 보면 나는 소비를 하면서 행복한 적은 없었다. 단지 즐거움의 순간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일까?

돈이라는 걸 무시할 순 없다. 돈이 없으면 일단 불행하다. 기저에는 돈이라는 게 깔려야 한다는 게 나의 당연한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돈이 목적은 아닌 것 같다.

내 소망은 그저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태원으로 다시 가고 싶다.

약간의 무질서도 용납하기 힘든 질서 속에서는 내 삶이 불편하다.

말끔하고 깨끗한 곳에서 살다가 이태원으로 갔는데 치안도 안 좋고 더럽기도 하고 시끄러웠고 벌레도 많이나왔는데

이상하게 가장 행복했고 가장 좋았던 곳이 이태원이었다. 완전한 무질서 속에서 자연스럽게 질서를 발견하는 기분에 묘했다.

사람들도 다 묘했다. 겉으로는 무섭고 냉철하고 서로 무관심해 보이지만 알고지내다보면 너무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우리집 바로 밑에 있던 술집 아주머니와 항상 인사하면서 니카를 보여주고 그렇게 지냈다. 마지막에 인사를 안 하고 온 점이 찔리긴 하다. 애매하게 친한 사람에게 나는 항상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나곤 했으니까.

그곳을 떠나서 조용하고 한적하고 깔끔한 곳으로 이사왔는데

쾌적한 환경이 좋기는 하지만 말끔한 모양새에 무엇인가 아쉬움을 느낀다. 나는 완전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는데 그것이 말끔한 곳에서 추구하는 것과는 살짝은 다른 모양새인가보다.

과격하게 불안정하고 무질서인 곳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훨씬 즐겁과 다양하고 재미있다.

나를 다듬을 수록 나는 더욱 불안해진다. 더욱 깔끔한 걸 원하고 원하는 범위가 많아진다.


다시 이태원에 살고싶지만 사실 너무 더러운 환경에(환기를 시켜도 먼지로 환기시키는 느낌 ㅎ) 차라리 한남동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의 말끔함을 느끼며 이태원에 자주 놀러갈 수 있으니까.

내 목표는 바로 그것인 것 같다. 한남동에서 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 작업실 또한 한남동에다 놓고 싶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실천해야지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행복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오히려 나는 삶에 대하여 너무 많은 생각이 있어서 조금 잊고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하나 곱씹으며 사는 삶은 고통스러우니까.

나는 고통에 치중하고 싶지 않다. 비관주의적인 생각이 날 때마다 힘들다.

나를 더 아프게, 나를 더 학대시키면서 사는 삶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살아가며 많은 일들이 있지만 내가 빠져나오지 못할 일들이 과연 있을까? 나는 잘 지내왔지만 심적으로만 잘 지내오지 못했다.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자처해서 나약해지곤 했으니까.

나는 가을의 3~4시쯤이 제일 좋다.

항상 겨울만을 좋아하곤 했는데 이번 해에는 모든 계절이 다 좋았던 것 같다.(하지만 여름은 싫긴 하다.)

가을의 3~4시의 태양이 제일 아름답고 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

옆으로 내리쬐는 햇빛은 나를 공격하지 않고 식물들 위에 올라와 앉곤 한다. 나는 그것을 구경한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느끼곤 한다. 별 것 아닌 것에서 의미를 찾고 사실 그것이 별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겨울에서 아쉬운 것은 햇빛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바쁘기도 했기에 태양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지금도 실내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해를 보지 못한다.

아주 미세한 태양이 왔다가 슥 지나간다. 나는 태양을 보아야 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최근의 삶이 피폐하다고 생각했다. 현관문을 열며 '아 피폐하다.' 도서관 문을 열며 '아 피폐하다.' 공부를 하며 '아 피폐하다.' 버스를 타며 '아 피폐하다. 멀미난다. 토하고싶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싶다. 밝고 어두운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싶다. 나 자신이 밝거나 어두워지면 너무 주관성이 뚜렷하여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최근에 그림을 그릴 때 내가 삼년 전에나 썼을법한 아주 원색의 밝은 색상을 썼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그 위에 묘사를 하며 채도가 죽은 색을 올렸다. 엄청 무의식적인 행위였다.

다 그리고 나서 묘하게 밝음과 어두움이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공존의 어우러짐보다는 뭐랄까, 둘이 합쳐지지는 않는데 그렇다 해서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색감에 대하여 많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가 느껴진 대로 그리자 하니 내 마음에 들었다. 내 진심이 담긴거니까.

내가 과격하고 즐거웠을 때와 많이 힘들고 슬펐을 때를 그렸던 그림이니까.


후후후후후..



이태원
시가렛 에프터 섹스 노래중에 낫띵가나 헐트 유 베이비(ㅋㅋ) 라는 곡이 있는데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따뜻함이 묻어 나왔다. 이태원에가는 버스를 타며 항상 듣곤 했다

그리고 이 곡은 피폐해진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었다. 나에게는 별 일 없을 거라는 것.

아직 미완성인 기억. 나라는 예민하고 자글자글한 것들을 안아주는 따스한 타인을 표현하고 싶었다.
새로운 집과 울집 냥냥이 니카


스트레스 많을 때 그린 것.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고요해보이지만 실상 내면에는 너무 극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있다는 걸 표현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