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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리 : 내가 생각하기에, 방금 ‘사실적’이라고 말한 것에는 ‘생명’에 대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즉 재현한다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김문근 : ‘느껴지는 것’ 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박하리 : 제일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김문근 : 검정색 풀들이 뒤엉켜 있는 작품이다.
박하리 : 그린 지 꽤 된 그림인데 왜 아직도 그것에 제일 애착을 느끼는가?
김문근 : 그 때가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그림에 있어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가 너무 안 보여서이다. 이 작품을 한 이후로 긁는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의도 없이 만들어낸 이미지라고 해야 하나. 그 뒤로는 그러한 우연의 효과를 활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애착이 많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