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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났던 타인들

by h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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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멀어지는 걸 볼 때마다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오빠가 나를 아예 아는 척도 안 하고 쌀쌀맞게 굴었을 때 다음날 오빠를 떠올리며 조금 불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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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낯선 새로운 집으로 가다가 지금까지 내가 누굴 만났나 생각했다. 차례대로 그들을 안아줬던 기억을 되짚었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나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껴안았구나. 내가 껴안는 게 더 좋아 항상 까치발을 들고 내 팔을 그들 머리에 포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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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 다섯 달 조금 넘은 오빠와 어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공통분모가 없어서 만나면 세 마디 이상 하지 않았는데 어제는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언제나 그렇듯 난 그 사람을 영원히 사랑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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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 듯 s가 최근에 생각나곤 했다. 그를 만날 때마다 드라마틱한 상황에 빠지곤 했다. 내가 그를 껴안았을 때에 그는 다리를 구부렸다. 항상 뻣뻣하게 서 있던 그들과는 다르게 그는 내 감정과 비슷했고 내 불안과 닮았고 내 우유부단과 맞물렸다. 언제가 제일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섹스할 때라고 대답한 그의 씰룩거리는 입이 슬퍼보였다. 나를 상상하며 글로 적었다는 말에 기쁘면서도 쓸쓸했다. 말하자면 오빠는 날 단 한 번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가 서로의 불안한 감정들을 껴안았을 때 그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본 과거는 아프고 아름다웠다.JPG <내가 본 과거는 아프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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