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 이미지로 보여주는 장소가 있다 조용한 걸 좋아하지만 왁자지껄한 대기 안에 있는 공기인형이 되고 싶다 왁자지껄하지만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그런 장소
어두운 공간 속 대기는 쿵쾅거렸고 쿵쾅거리는 향에 맞추어 내 심장도 쿵쾅거렸고 마음속으로는 더더욱 쿵쾅쿵쾅 뛰어라 명령을 내렸다 심장의 쿵쾅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그것이 내면인지 타인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그 상태로 몇 시간 동안 나를 움켜쥐었다
가장 담백한 문장을 내밀며 자기고백을 굳이, 굳이 하지 않으며
굳이 라는 말을 한 문장 문장에 심어가며
바깥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나를 河라 일컬었다 들을 때마다 새롭지만 친근하지는 않은 맑은 물
어느 날 아무에게 알리지 않은 이름을 들었고
그 장소의 쿵쾅거리는 혼란을 느꼈다
어찌해야 하지 고민할 때마다
그 이름이 들렸고 나는 그 이름을 부르는 회색빛에게 가깝게 다가가곤 하였다
회색빛은 또 다시 내 이름을 부르며
나는 나는
그 이름을 부르는 이와 가깝다 말하였고
우리는 서로를 끌어당기며
형용할 수 없는 감촉을 느꼈다
우연 말이다 어쩌면
우연은 누군가가 지어낸 거짓구렁일지도 모르겠다
우연을 우연이라 생각하면 괜히 현실로 돌아온다
너무 가벼운 우연 말이다
너무 가벼워서 아무런 회색빛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우연 말이다
너무 미지근해서 감촉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런 우연 말이다
너무 무관심해서 어떠한 언어조차 들리지 않는 그런 우연 말이다
너무 혼란스러워서 모든 일들이 내 속 안에 있는 거짓말들이 다 지어낸 소설 같은 그런 우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