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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실

by hari

실없이 깔깔거릴 때가 있다.

나는 없는 실을 좋아했고

없는 실을 이미지화하여

내 앞의 사람에 입히곤 하였다.


그 사람은 실없는 사람이 되었고

우리는 같이 실이 없다며 웃곤 하였다 그리고 가끔은 핏기 없는 웃음이 되곤 하였다.


아주 가는 실이 뒤엉켜 혼란이었고

나는 혼란을 일직선의 실로 잇고 싶어했지만

실없는 사람이 된 이는

뒤엉킨 채 다른 실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나는 그의 실을 품고 싶었지만

자꾸만 뒤엉켜 갔고

나의 일직선과는 괴리를 이루며


나는 그의 실을 잡고

그는 뿌리치고

나는 또 다시 잡으며

그는 다시 뿌리치고


실이 사라지자

실없이 실실실 웃다가 웃다가 웃다가

어색한 립스틱자국을 보다가

또 다시 실없이 실실실

찾곤 하였다.


실없는 웃음이 나오곤 하였다.


IMG_2399.JPG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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