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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자격이 있(없)는 사람

by hari

뒤에서 누군가들이 떠들어대는 것 같다 내 뒤가 아니라 누군가의 뒤에서


나는 무력하게 과거의 침대에 누워 있거나 현재의 침대에 누워 있거나 일터의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아 몰라! 하고 탈탈탈 털리며 떠나고 싶다 해서 찾은 곳은 영화관
이었기에 멍청한 현재만 바라본다
김민희가 고함치며 말하고 있었다


- 사람들은 다 사랑할 자격 없어!


자격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자격 없는 사람도 없다 우리는 함께 깨끗하며 함께 더러우며 함께 세계라는 더럽고도 깨끗한 곳에서 작은 집들 속에 들어가며 살고 있다 가끔은 그 집들을 서로서로 침범하기도 하고 빼앗기도 한다


나는 정확한 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잠시 동안 내가 생각한 사람은 자신의 집에 대하여 몰두하고 있었으며 나는 단순 호기심과 단순 위로 수단 이었던 건가 생각해보다가 생각을 저 구석으로 던져버리곤 하였다


가이아 속에 간간이 빠져 지냈던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외롭다 쓸쓸하다 라는 문장은 다 필요없다 그냥


- 나 원래 오락가락 하잖아


라는 오락가락한 문장이면 끝이다 그는 나라는 집을 조금 알기에


아무개씨들에게 내 집을 보여주곤 하였다 그들은 나라는 화려한 집만 보고 다가왔고 나라는 허무한 집은 숨겼기에 나라는 집을 우와-하며 바라보곤 하였다 그리고 나는 고함쳤다 아주 야했다 그리고 대체로 숨기기를 즐겼다 나는 숨겼고 숨었다


그 사람은 나를 보았다 구석구석 다 찾아보지 않아도 그 사람은 나를 볼 수 있었고 가끔 나는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곤 하였고 그러면 사랑하는 마음이 피어오르기도 하였다 혹은 사랑하는 마음이 피어오를 때 재빨리 사랑해! 사랑해! 하고 말하면 사랑해가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한 순간 사랑해는 낙화한 것 같았다 떨어진 잎사귀를 보았고 시들었다고 느꼈다


시든 것에는 생명력이 있을까? 라는 작업을 하면서 시든 것에는 과연 생명력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쓸쓸해졌다 비단 그 사람 때문은 아니었고 내 집이 그저 너무 불안정하다고 느꼈기에.

- 사랑하고 싶다.


사랑해! 사랑해! 소리 지르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 말하였다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 그만 해.

- 가짜 사랑 말고 진짜 사랑.

- 진짜 사랑은 진짜 어렵다.

- 맞아. 난 오빠랑 니카나 사랑할래.

- 그건 변하기 어렵다.

- 뭐? 진짜 사랑하는 거?


나는 가짜(진짜)사랑을 했다 변하는(변하지 않는)사랑을 했다 누구나 사랑할 자격은 없고(있고) 나는 그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곤(여기곤)하였다


다시
시들어진 꽃을 바라보았고
생명력이 있는 지 없는 지는 상관없었다
그 꽃은 아름다웠기에.


그림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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