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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걸린 낚싯줄

by hari

한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기억이 안나. 단지 고요 속에 있는 소란스러움이 싫어 귀를 막고 있어.


너의 향기가 이불 구석에 숨어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바람이 떠난 뒤 생긴 귓병도, 어지러움도, 쓰러질 듯한 빈혈도 기억이 안나. 단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봄의 불면증이 겨울이 되어 찾아왔어. 요즘 눈을 감으면 다른 영혼이 내 앞에 서 있을까봐 두려워 잠을 잘 못자. 그럴 때 네 생각을 해. 그러면 네 바람이 영혼들을 다 불어버리거든. 고마워. 이제는 잊고 싶다는 생각도 잊었어. 내 머릿속에서 오래 머물러줬으면 좋겠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보이지 않는 자국이 깊어져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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