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by hari

방금은 이전에 썼는 글을 봤다.

영화 closer에 대한 칼럼이었는데, 과거가 온전히 기억나질 않지만, 하루에 수십번은 무기력했다가 기분이 좋았다가 우울했다가 행복했다가를 반복한 것 같다.

지금 조금 느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엇을 하든 열정적이었다는 것. 우울증에 걸려있어도 한시라도 손을 놓지 않았다. 항상 펜이나 붓을 들고 있었고 세상을 느끼려 노력했다. 우울한 감정으로라도 말이다. 어쩌면 이상할 정도로 '느낀다'에 집착하고 있는 아이처럼 말이다. 그냥 나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살고싶나보다. 정말로 아무런 희망없이 죽고싶으면 느끼려고조차 하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나에 대하여 볼 수 있는 것이, 내가 이루어 나간 것, 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성격, 어느 시점에 멈추어버린 기억, 그리고 그들의 주관적인 나에 대한 판단 등. 그리고 외모.

그 관계에 대한 아이러니함에 아파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세상은 내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므로 어쩌면 편협한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기에, 내가 스스로의 외모를 중시할 때, 사람들이 내 외모때문에 좋아한다고, 혹은 내 성격의 일부? 때문에 좋아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치장하고 성격을 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다듬어보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것이 어쩌면 '페르조나'라는 방식일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와장창 무너진 순간들이 몇 번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떠한 모습이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에서 많이 느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어떠한 모습이건 나 또한 그들을 조건없이 좋아하고 있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또한 누군가가 나에게 이상형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나는 마초적인 이미지나 담백한 이미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정말로 사랑하면 그러한 이미지는 다 상관없긴 하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이상형조차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은 정말 신기하다. 외면 또한 정신을 감싸주는 요소로 중요한 요소이지만,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그 존재함의 파급력과 에너지가 강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신비롭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바라보는 것들이 정말로 온전히 순간이라는 것에 몰두해야 그제야 구체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신'과 '마음' 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내 나이 쯔음 읽으셨던, 지금은 판매조차 하지 않지만 아주 좋고 소중한 책의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 인간은 지나치게 자기의 기분과 성질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최상의 재능은 여러가지 습관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한가지 삶의 방법에 얽매여 있다는 것은 인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지 생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가장 훌륭한 영혼이란 가장 변동 자재할 수 있는 것이다.

철학적 탐구와 명상이란, 우리들의 호기심 충족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철학자는 우리를 여러가지 상태로 자연의 규칙에 몰아 넣지만 그 자연의 규칙이란 그리 어바어마한 지식을 필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위조를 한다. 자연의 얼굴에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화장을 시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한 가지 주제에 그토록 갖가지 초상이 생겨나온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관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