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프라하

by hari

나는 지금 체코 항공에 있다.

여행의 끝이 보인다. 그리고 nothing's gonna hurt you baby룰 듣고 있다.

전시를 하러 파리에 들를 김에 프라하도 가고 싶어서 갔다.

파리에서는 너무나 편하게 있었고, 프라하에서는 조금 불편했다. 어제 내가 대화를 하며, 이곳은 내가 직접 여행하는 곳이 아닌,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뭐랄까, 조금은 차가운 이미지가 느껴지면서 동시에 희미한 웃음이 보이는 나라랄까.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나는 이번 여행마다 담배를 빌리면서 다녔는데, 나는 금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며, 피우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냥 좋을 때? 프라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빌렸을 때에는 흐뭇하게 빌려주시는 분, 차갑게 빌려주시면서 내가 계속하여 땡큐 땡큐! 하니까 입 끝의 희미한 웃음이 보이는 분. 별 사람이 다 있었지만 다들 흔쾌히 빌려주셨다.


이번에 아웃을 프라하에서 하는데, 경유 절차를 너무 복잡하게 해서 나 스스로가 고통받았다 엄청 많이.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아침에 지하철에서 코피가 터졌다. 피가 콸콸 나와서 손이랑 코가 피로 물들었는데, 문득 든 생각이 내가 이렇게 서서 있으면 어느 누군가가 도와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 다음에 어떤 할머니께서 오셔서 휴지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 주시고 가셨다.

그 휴지마저도 다 써서 피가 흐르는 채로 지하철에 탔는데, 옆좌석 할머니께서 또 휴지를 주셨다.

따뜻했다.


어지럽게 있는 채로, 조금은 울컥해서 정신 없는 상태로 공항에 오고, 비타민을 조금 먹으니 나아졌다. 뭐랄까, 이번 여행은 참 느끼는 게 많은 것 같다.

일단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졌고, 너무 많은 정보는 정신건강에 안 좋다. 파리나 프라하에서 사람들은 그냥 잔디 위에서 누워있는데, 나 또한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분이 잔디 위에 있으면 생기는 병? 에 대하여 말해주셨는데, 갑자기 불안감이 닥쳤던 것 같다. 그 때 내가 든 생각은, 어차피 이곳에서 병원 안 갈건데 그냥 병에 걸리든 말든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경유법에 대하여도 사람들의 많은 말을 들었는데, 막상 공항에 와보니 예상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일단은 티켓을 한 장만 받고, 파리 샤를드골 공항 트렌스퍼 데스크에서 다음 비행기 티켓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 상해 푸동에서는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만 지금은 많은 걸 체념한 상태여서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정신만 바짝 차릴란다.


프라하는 나에게 있어서 채찍의 나라같았다. 재즈바에서 있었던 어제와, 공원을 올라갔을 때 보았던 그 풍경들, 카페에서 그림그리며 행복해 했을 때의 기분은 너무나도 행복감과 기쁨에 있었지만, 경유의 문제를 앞서서 생각하여 바로 베를린으로 버스 타고 갈 뻔 했던 그런 일화를 되돌아 보았을 때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아는 작가님과 프라하에서 새벽 촬영을 할 때에, 에라 모르겠다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하며 촬영을 할 때도 생각난다. 꽤 기쁘고 꽤 행복했던 것 같다.


나는 또 많이 바뀐 것 같다. 여전히 예민하고 민감하지만, 또 다른 교훈을 얻었다. 두려움은 시야를 좁히고,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므로 잃을 것 또한 없다. 또한 어떤 사람이건 자신의 사정이 있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기.


그리고 사랑으로 살기.


어쩌면 프라하가 참 고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