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항에 가기 전에 코피가 콸콸 터졌다. 그리고 어제 방을 같이 썼던 분이 패트와 매트를 사오셨는데, 뭐랄까 오늘 아침에 사야만 할 것 같아서 9시에 숙소에 나와서 길찾기 놀이를 시작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날에는 현실감각이 떨어져서 나 스스로에게 깊게 빠지려고 한다. 그것은 만병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럴 때에 길찾기 놀이를 하면 현실감각이 차츰 돌아온다. 세상은 넓고, 나는 그 세상 중 일부이지만 중심이라고. 왜냐하면 내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때문, 그리고 세상은 어딜가도 중심이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다 '본인'의 눈과 감각으로 세계를 느끼기 때문에. 지구는 둥글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너무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지하철에서 코피를 흘렸다. 문득 이러다가 공항에서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숙소를 같이 쓰시는 분이 포도당을 주셨다.
그리고 나는 딸기맛을 샀다.
심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진짜 그러한 것인지, 포도당을 먹고 기운이 회복되었다. 참 인간의 심리는 신기하다.
저거는 체코의 어떠한 약국에 가도 쉽게 판다고 한다. 맛있고 효과가 좋게 느껴졌다.
체코의 한인민박 '마마스 프라하'에서 다들 좋으신 분 만나서 체코 여행을 할 때에는 혼자하는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진짜 뭐랄까 많이 따뜻했다. 나는 진짜 정신적으로 자주 아파서 주위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일어나야 되곤 하는데, 그분들이 있었기에 아주 많이 따스했다, 사진은 부경씨가 찍어준 거!
지금 한국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실 체코 여행 하는 내내 '프라하는 나와 정말 맞지 않는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막상 한국에 오니 애증의 감정이 남는다. 다시는 안 갈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많이 좋은 기억들만 내 곁에 남을 것 같다. 아주 편안한 어머니의 기운이 파리라면, 나에게 채찍과 교훈을 준 장소는 프라하리라.
하나투어에서 산 비행기 표, 경유를 3번 해야 했기에 비행기가 3대가 다 달랐다. 여행을 혼자해보았기에 그냥 별 생각 없이 경유 한 번 하는 것도 경험이지, 하며 그것을 샀는데 문제가 생겼다.
프라하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비행기와 프랑스에서 상해로 넘어가는 비행기 사이의 시간 간격이 1시간 55분인 것. 쓰루 체크인이라고, 처음 프라하 공항에 갔을 때 티켓을 3장을 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 없지만, 만약 1장, 즉 프라하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비행기 보딩패스만 준다면, 1시간 55분이라는 시간 사이에 체크인을 다시 하고 입국수속을 다시 밟아야 한다. 체크인 마감은 1시간 전이고, 파리의 샤를드골공항은 세계에서 넓기로 유명한 공항이다. 거의 멘붕이 와서 다른 방법을 다 찾아보았지만 다 소용없었다. 웹과 모바일 체크인도 먹통이었고, 주말이라서 항공사나 하나투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대로 나는 집을 못 가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리고 심신 안정을 위하여 예전에 내가 노트에 적어놓은 메모들을 보았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체념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진 것이 없으므로 잃을 것도 없다. 왜냐하면 내가 없는 세상의 끝은 '무'이므로. 나 자신에게 본질은 '나 자신'의 '존재'이므로. 내가 존재할 때 나 스스로와 사람들에게 잘하는 일 밖에.
일은 해결이 되었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비행기가 계속 안 오길래 옆에 있는 한국인 분께 여쭈어보았다. 딜레이가 되었는데, 2시간이나 딜레이가 되어서, 내가 만약 파리에 도착하더라도 경유하는 시간이 10분밖에 없는 셈. 너무나 서럽고 힘들어서 그자리에서 울었다.
그리고 그 분은 나를 데리고 transfer desk에 가서 사정을 말해주셨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 한국행 직항 비행기가 지연되고, 자리가 남아서 나는 그걸 타고 갔다. 하늘이 맑게 개인 것 같았다.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되어 나는 아주 편하게 한국에 왔다.
아, 그리고 transfer desk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곳에 있다! 문제가 생길 시 밖으로 나가지 말고 그곳에 사정을 말하면 된다!
사람들은 비행기가 지연되었다며 투덜댔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공항 안에서 어떤 운동하시는 분들이 몰려 있었는데 은연중에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좌석을 다른 아주머니와 바꾸었다. 그분들 일행 사이에 나 혼자 끼어져 있었고 그분들도 함께 앉아 가시는 게 더 좋으실 테니.
참 신기한 게, 바꾼 자리에 가보니 그 운동하시는 일행 중 한 분이 계셨다.
기계 작동을 도와주시고 이어폰을 챙겨주시고 엄청 친절하셨다. 나도 피곤하고 그분도 피곤하셨는지 둘이 엄청 깊게 잠들었는데, 잠들다가 중간에 서로의 팔이 닿았는데도 떼어내지 않았다. 그 따스한 감촉의 느낌이 너무나 따뜻하게 다가왔고,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로 포근했던 것 같다. 중간중간 눈을 떴을 때, 서로 거의 머리를 맞대고 잠을 잤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 편해서 그분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댈 뻔 하였다 하하하
그리고 그분께 원기회복 비타민(?)을 드렸는데 그분의 순박하고 순수한 기운에 신기해서 웃었다.
다시 만나고 싶은 분이었다. 기운이 너무 좋게 느껴져서.
너무 감사한 삶이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 겠다.